[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서유라 작가의 개인전 ‘더 센트 오브 메모리’(The Scent of Memory)가 오는 5월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유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서 작가는 책이라는 익숙한 오브제를 회화로 재해석하며 아날로그 감각과 서사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책장을 넘기던 손끝의 기억, 종이의 질감, 쌓인 책들의 풍경에서 메말라 가던 감각에서 따뜻한 설렘으로 회화적 재현을 불러온다. 전시 제목 ‘더 센트 오브 메모리’는 작가의 이런 작업 태도를 상징한다. 오래된 기억을 불현듯 불러오는 여러가지 요소, 책을 그리는 작업은 망각의 시간과 감정의 잔향을 다시 환기하는 통로가 된다.
이번 전시는 3개의 시리즈로 구성된다. 첫번째 ‘필링 북스’(Piling Books)는 다양한 책들을 블록처럼 쌓으며, 책 제목 간의 관계와 충돌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두번째 ‘쉐이프 북스’(Shape Books)는 책을 유닛처럼 조합해 하나의 형상으로 구성하고, 반복 구조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집단적 기억을 시각화 한다. 마지막 ‘빈티지 북스’(Vintage Books)는 동화책 속 캐릭터와 시대의 상징을 불러내 과거의 감정과 향수를 환기시켰다.
디지털 미디어가 시각과 청각 중심으로 재편된 시대에서도 책은 여전히 촉각과 정서, 시간성을 포괄하는 감각적 가치를 지닌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지된 이미지인 회화를 통해 매체 환경의 변화를 사유하고, 책이라는 익숙한 사물을 동시대적 언어로 다시 질문한다.
서 작가는 “책 쌓기 작업은 느리게 여행하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 권씩 한 권씩 책을 쌓아 올리는 과정은 참 더디지만, 느리게 호흡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더미 속에 숨어있는 각각의 개성 있는 이미지와 텍스트들이 어울려 하나의 그림이 되듯, 복잡하고 각박하지만 감성이 숨어 있는 우리들의 삶의 지층을 대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