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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은 2023년 3월부터 7월까지 상품권 매매업체를 가장한 법인을 설립하고 성명불상의 범죄조직에 법인 명의 계좌를 제공했다. 이들은 해당 계좌로 송금된 범죄수익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범죄조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수수료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피고인 A, B, C는 주식회사 F 명의 계좌를 통해 12억8130만여원을, 피고인 A, B, E는 주식회사 H 명의 계좌를 통해 1500만원을, 피고인 A, B, D는 주식회사 G 명의 계좌를 통해 9000만원을 각각 세탁했다.
피고인들은 범죄 수사나 계좌 지급정지에 대비해 실제 상품권 판매업을 하는 것처럼 사무실을 꾸미고 허위 대화내역을 작출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했으나, 사기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기 범행이 기수에 이른 후 편취금 이전에만 관여했다고 봤다.
2심은 1심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5년, B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형량을 늘렸다.
다만 2심은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각 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하던 시점에 그 대표이사가 피고인들이었고, 주식회사는 법인으로서의 특성상 기관을 통해 활동할 수밖에 없으므로 대표이사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임하는 주식회사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는 주식회사가 대표이사를 통해 자신 명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본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판단 기준으로 △오로지 범죄 등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그 목적을 위해 법인 명의로 금융거래 계좌를 개설·이용했는지 △법인의 설립 목적과 경위 △금융거래 계좌의 개설 경위와 이용 현황 △법인의 실제 운영 현황과 방식 △금융거래 대상이 된 자금의 조달방법 및 사용내역 △법인의 활동과 행위자의 범죄 등 사이의 상관관계 △법인의 형해화 정도 △금융거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의 귀속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범죄수익금의 자금세탁 등 범죄를 목적으로 각 법인을 설립했고, 법인 설립 근거인 정관상 목적에 따른 영업활동을 실질적으로 하지 않았으며, 금융거래로 인한 이익이 실질적으로 피고인들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형식적인 명의가 아닌 실질적 관점에서 법인 명의 금융거래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특히 범죄 목적으로 설립된 유령법인을 통한 자금세탁 행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범죄자들이 법인을 악용한 자금세탁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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