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벤처캐피탈(VC) 업계가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벤처 및 스타트업 업계는 정권 교체 가능성에 따라 정부 주도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 상장 문턱 완화 등 친(親)벤처 정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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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등 기대감은 이미 탄핵 정국 당시부터 감지됐다. 정치적 혼란이 일단락되면서 새로운 정부가 혁신과 성장을 키워드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출마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이나 대기업이 아닌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하면서 업계의 기대에 불을 지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AI 등 미래 산업에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정책적 우선순위에 스타트업과 벤처가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주요 대선 후보가 AI 산업 육성을 직접 언급한 것만으로도 분위기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낙수 효과’를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한 VC 대표는 “글로벌 벤처 시장이 급변할 때도 우리는 안정적으로 움직였지만, 전 정권에서는 실질적 지원이 거의 없었다”며 “정권이 바뀌면 벤처 지원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VC 관계자 역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스타트업과 벤처를 키워야만 경제 붐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VC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거래소의 보수적인 상장 심사 기조로 인해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의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VC들은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펀드 결성도 지연되는 등 시장 전반에 병목현상이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벤처 및 스타트업 친화적 정책이 도입되면 상장 문턱이 낮아지고 투자 선순환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 후보의 ‘AI 투자 100조 원’ 공약 발표 이후 컴퍼니케이, 나우IB, SV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등 주요 상장 VC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가 현재는 다시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이는 벤처 관련 정책 기대감이 시장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정책 실현 가능성과 속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정권 교체 자체보다, 실질적인 이행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방향성과 실행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