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와 조배숙 의원실 주최로 열린 ‘검수완박 시즌2’ 세미나 참석자들은 검수완박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지휘 기능이 마비되면서 발생한 수사 장기화와 범죄 대응 공백이 검찰청 폐지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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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파트너스)는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수사권 조정 이후 민생과 직결된 재산범죄 수사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는 실태를 고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처리하는 사기 범죄 중 6개월을 초과한 사건의 비율은 수사권 조정 전인 2020년 11.8%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32.8%까지 치솟았다. 복잡한 법리 판단이 필요한 배임 사건의 경우 6개월 초과 사건 비율이 2020년 20.5%에서 지난해 50.6%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김 변호사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가 가능했을 때 20% 안팎이던 경찰의 3개월 초과 처리 사건 비율이 2021년 이후 40~60%대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수청이 신설되면 수사절차는 한층 더 복잡해지고 수사의 장기화는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수사 지연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피해자의 권리구제 장치마저 무력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행 제도에서는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불송치 결정)해도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찰이 사건을 다시 검토해 재수사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발제에 따르면, 새로운 법안 체계에서는 경찰 사건의 이의신청은 ‘국가수사위원회’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 사건의 이의신청은 해당 기관의 ‘수사심의위원회’가 처리하게 된다.
김종민 변호사는 이에 대해 “실질적인 재수사가 가능하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고소인 등 범죄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심각한 구멍이 생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고등검찰청 폐지가 예정되어 있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항고 사건 처리 시스템마저 붕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교수는 수사의 효율성 저하가 곧 범죄 피해자의 인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의 오남용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수사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상진 변호사(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명예회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 폐지의 궁극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검찰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고 정치권력이 수사를 장악하게 내버려둔다면 정치권력이 자행하는 선거범죄 등 권력적 범죄를 바로잡을 길이 없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각종 권력적 범죄가 횡행하는 악의 소굴이 초래될 위험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결국 검찰청 폐지로 인한 수사 공백과 시스템 마비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권조정으로 검찰의 기능이 무력화되고 형사사법시스템이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는 사이에 범죄자 천국이 되어 버린 것”이라며, 국가적 범죄대응역량 약화를 우려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검찰청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된 ‘국가수사위원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새로운 형태의 국민 피해를 경고했다. 그는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감찰권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는 제도”라며 “수사 시기, 범위, 방향, 속도 등을 사실상 통제하게 되면, 수사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부정하는 결과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