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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 기준,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전일 대비 3.75% 상승한 11만1400달러(약 1억5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10년 5월 첫 실물 거래 이후 15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11만 달러를 돌파한 역사적인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를 단기 이슈로 보기보다, 거시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의 자산적 위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전날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이 저조하고 나스닥이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오히려 반등했다.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은 “달러(USD)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 질서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에는 금이 대표적인 헤징 수단으로 부각됐지만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그 자리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며 “USD 체제가 견고할 때는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던 비트코인이 체제의 불안정성이 부각되는 국면에서는 금과 유사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금과 비트코인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이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4월 말 이후부터는 두 자산의 상관계수가 약 0.7 수준으로 상승하며,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 환경 또한 비트코인 상승세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친(親)가상화폐 정부’로 불리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가상화폐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다양한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골자로 한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찬성 69표, 반대 31표로 통과시키며 입법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1:1 준비금 보유 의무, 자금세탁 방지, 소비자 보호, 연방 및 주 규제기관의 감독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같은 날 텍사스주 하원에서는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도 통과됐다.
다만 이번 비트코인 급등세를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와 직접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시장이 여전히 성장 산업이며, 최근 유동성 회복 흐름 속에 가상자산 전반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투자자산으로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상승세는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고,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은 본질적으로 혁신산업의 성격이 강해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단순히 ‘디지털 금’으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최근 이더리움의 강세는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환경에서도 미국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와 확산은 해당 전략의 핵심 축”이라며 “향후 USDC와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송금망인 SWIFT를 대체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