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이지만 보육·교육·취업·결혼·출산 등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필요한 각종 인프라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서울에 대한 수요는 더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수요가 깔린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각종 금융정책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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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기능 살아있는 ‘서울’로 간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주최의 ‘부동산 포럼: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부동산 균형 발전 방안’이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 5100만명에 맞춰 각종 인프라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 인구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고, 상당히 많은 부동산이 공실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2022년 출산율 문제가 대두된 시점부턴 ‘최선을 다해서 서울로 가야겠다’는 선호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무엇이 서울 집중 현상을 만들까. 채 대표는 단순히 출산율만 봐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전국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인데 전국에서 가장 합계출산율이 낮은 곳은 서울로 0.55명이다. 관건은 도시의 기능이 살아 있는지 여부다.
지방은 서울보다 도시기능이 더 약하다. 채 대표는 “지방에는 교육, 일자리가 없어 2030세대가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은 도시 기능을 찾아 헤매는 유목민 생활을 하며 서울로 밀려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군지로 이동을 하고 있다. 학교가 없어질 것이란 생각에 대학을 가는 효능이 떨어지지만 역설적으로 학교가 몰려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며 “앞으론 초고령화 사회로 병원 근처, 병세권을 찾아 5060세대들이 (지방에서 )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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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도 모기지 시장, 수도권 집중 심화
지방은 도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데도 정부에선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히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보다 떠받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게 채 대표의 설명이다. 채 대표는 2023년부턴 정부 중심의 주택 모기지 시장이 열렸다고 밝혔다.
채 대표는 “1990년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기업 부채에 문제가 생기니까 가계대출을 일으켜 경제를 살렸고,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가계대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로 명목 성장률(3%)을 크게 뛰어넘었다”며 “그러나 가계부채 중심의 부동산 시장은 25년(1997~2022년)에 걸쳐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이후 등장한 것이 정부 중심의 모기지 시장이다.
채 대표는 “지분형 모기지의 핵심은 주택 가격이 10억원인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4억원을 투자하고 가계는 6억원을 조달하는데 가계가 조달해야 하는 6억중 LTV 70%를 적용하면 자기자본은 1억 8000만원만 있으면 되고, LTV 80%가 적용되면 1억 2000만원만 필요하게 된다”며 “사실상 총 레버리지 비율이 82~88%에 육박한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사람들의 기저 수요는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러한 서울 선호 현상은 돈을 만나 ‘수요’로 변신하게 되고 이는 단기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채 대표의 주장이다. 채 대표는 “LTV를 80%로 도입하게 되면 명목상 주택 가격이 12%가량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비규제 지역의 LTV는 최대 70%인데 이를 80%까지 구매력을 높이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금공의 지원액도 결국은 대출이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 여력이 없으면 대출이 나가지 않을 것이고 정책금융이 무한대로 투입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내달 2일 차기 대통령 선거가 열리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대선 공약도 미비하다는 평가다.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채 대표는 “세종시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오르고 아니면 떨어지는 테마주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