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주말 지인으로부터 눈이 휘둥그레지는 온라인 쇼핑 정보를 접했다. 레트로(복고풍) 열풍으로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는 프로스펙스의 옷과 신발을 커피 한 잔 값에 살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배송비를 고려해도 ‘득템’(좋은 물건을 얻음) 찬스라는 생각에 부모님께 선물할 물건들까지 장바구니에 가득 채워 주문해놓았던 A씨. 하지만 모두 일장춘몽(부질없는 일)이었다. 월요일이 되자 일방적인 주문 취소 문자가 날라온 것이다. A씨는 “괜히 쇼핑몰에 가입하느라 시간만 날리고 개인 정보만 제공했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 |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LF몰에서 4440원에 판매된 프로스펙스 제품들. (사진=네이버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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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몰을 표방하는 LF몰은 1일 ‘프로스펙스 판매 관련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LF몰 입점 업체 중 하나인 프로스펙스의 다수 상품 판매 가격이 4440원으로 잘못 등록되는 일이 발생했다. 비록 철이 지난 재고였지만, 정상가에서 9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품절(완판)이 속출했다. 4440이란 가격을 소리 나는 대로 빨리 읽으면 ‘싸(사+사)다, 사세요’, ‘사(세)영’이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덧붙여지면서다.
물론 10만 원이 넘는 겨울 패딩을 4440원에 판다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대부분 직감했다. 아니나다를까. 휴일이 끝나고 영업이 재개된 지난달 31일 LF몰은 고객들에게 가격 오류로 인한 주문취소를 개별 안내했다. 이어 다음날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 사과문을 올렸다. 이를 종합하면 판매 가격을 오입력한 것은 프로스펙스 직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LF몰은 “해당 업체의 가격 등록 오류로 인해 판매 가격이 잘못 생성됐다”면서 “해당 업체 및 담당자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내용과 시스템 개선을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LF몰은 자사의 관리 책임에도 통감했다. LF 관계자는 “관리 소홀로 (고객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등 철저한 입점사 관리를 통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에 대한 별도 피해 보상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 | LF몰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과문 (사진=L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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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팻핑거’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팻핑거의 사전적인 의미는 굵은 손가락이다. 주로 사람의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가격 또는 주문량을 실수로 입력한다는 확장된 의미로 사용된다. 숫자 하나에 큰돈이 오락가락하는 증권 업계에서 많이 일어난다. 국내 대표적인 사례는 한맥투자증권 사건이다. 한맥투자증권은 2013년 12월 옵션거래에서 주문 실수로 수백억원 손실을 보고 결국 파산했다.
국내외 유통업계에도 이런 일은 빈번하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에서도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가방을 ‘0’이 두 개 빠진 만원대에 판매하다가 부랴부랴 약관에 따라 해당 주문을 일괄 취소한 적이 있다. 실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증권 시장과 달리 유통 업계는 배송 출발 전까지는 과오를 바로잡을 시간이 있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 당일배송이 일상화하면 집까지 도착한 물건을 되돌려줘야 해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경우는 배송 완료 전 사태가 일단락됐음에도 일부 고객은 날이 선 반응을 보였다. 한 소비자는 “(팻핑거)케이스가 반복되다 보니 (이슈를 만들기 위한) 고의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면서 “기업 스스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