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Qualcomm)의 자동차용 반도체 설계업체 ‘오토톡스’(Autotalks) 인수를 두고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중앙TV(CCTV)는 10일 “퀄컴이 오토톡스를 인수하면서 관련 법에 따른 ‘경영자 집중’(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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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톡스는 지난 2008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됐으며, 차량과 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다. 퀄컴은 지난 6월 오토톡스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토톡스는 인수 직전인 5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을 방문해 품질 수준 검사와 양산 부품 승인 절차(PPAP)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삼성-퀄컴 간 협력이 모바일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 반도체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최근 들어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달에도 엔비디아(NVIDIA)의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 멜라녹스(Mellanox) 인수 건에 대해 추가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이미 2020년 조건부로 승인한 거래에 대한 재검토다.
일각에선 중국의 잇따른 조사가 이달 말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카드’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전날 희토류 및 관련 기술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연구개발용 희토류 수출도 정부 개별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의 희토류 공급망 우위를 대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