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주변 학교의 현장체험활동(체험활동) 축소 기조에도 ‘연 2회’ 체험학습을 고수해온 경기도 A초등학교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체험학습 중 학생 사망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유죄판결을 받게 되자 학교 측은 체험학습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A초등학교는 지역사회 공동체 프로그램과 학부모 협력이 돋보이는 학교로 평가받아왔다.
17일 A초등학교 소속 B교사는 “다른 학교들이 체험학습을 줄여갈 때도 교육적 가치를 강조하며 진행해왔는데 이번 판결 이후 부장 교사들 사이에서 ‘불안해서 못 하겠다’는 기류가 확산됐다“고 토로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체험학습 전면 중단 의견도 나왔으나 교육적 가치를 고려해 연 1회로 축소하는 방안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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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앞두고 각 학교가 연간 학사일정을 확정하는 시점인 현재, A초등학교와 같은 사례는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교사들의 법적 부담이 커지면서 많은 학교는 체험학습 횟수를 줄이거나 외부 체험학습 대신 교내 활동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대안으로는 외부 강사를 초청하거나 실습 물품을 학교로 들여와 교내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체험학습은 교육과정상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분류돼 학생들의 교과 외 학습활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상황에 맞게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1일 체험학습 사망 사고 관련 1심 판결이 계기가 됐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신동일 판사는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 담임교사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해당 교사가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교사들 우려가 크다. 교육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교사를 당연퇴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학교안전법과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 개정안’을 통해 교사 보호에 나섰다.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교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 조항이 실제 법정 다툼에서 보호장치가 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D교사는 “주의를 미리 주고 단독 행동을 금지하는 등 인솔을 제대로 했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조치 의무 이행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체험학습 진행 시 수업·안전관리 보조교사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체험학습 진행에 대한 교육계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전교조가 진행 중인 ‘법적 보호 장치 없는 현장체험학습 중단’ 서명에는 이날 오전까지 1만4000여명의 교사들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