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개표 결과 전체 475석 가운데 325석을 차지해 개헌선 3분의 2를 훌쩍 넘겼다. 아베 총리는 오는 24일 총리로 재지명돼 향후 4년 동안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견제세력이 없는 ‘1인 장기 독주시대’를 활짝 열게 됐다.
그러나 아베의 승리를 바라보는 이웃나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아베 정권이 우경화 움직임을 가속화함으로써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극한 갈등상황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한다는 방침에서 그치지 않고 평화헌법까지 개정한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선 의석을 확보한 만큼 헌법개정 발의는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우경화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재신임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후 최저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는 사실부터가 그러하다. 자민당은 선거 결과를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라고 자평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유권자들이 마지못해 아베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결과다.
다른 한편의 관심사는 아베노믹스의 향방이다. 이번 선거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심판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민당의 재집권으로 아베노믹스는 유효기간이 연장됐으며, 결과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아베는 “겨우 손에 잡은 디플레이션 극복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계속 추진을 내세우고 있다.
아베 정권의 압승으로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 정책이 가속화되면 우리 수출기업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로서는 엔저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경제 체질개선 등 중장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