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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일본 재무성의 예비 데이터를 인용해 일본의 은행과 연기금을 포함한 민간기관들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한 주 동안 175억달러(약 24조 8815억원)규모의 장기 외화채권을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투자자들은 그 다음주(7~11일)에도 36억달러(약 5조 1185억원)어치를 추가로 처분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2주 동안 200억달러(약 28조 4160억원) 이상의 외화채권을 팔아치운 것이다. 이는 일본의 외화채권 매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2주 기준 최대 규모다.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 및 채권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일부터 4거래일 동안 12% 급락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간 유예 결정을 내린 뒤에야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7일 3.88%에서 지난 11일 4.49%로 마감하며 주간 기준으로 2001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부과로 촉발된 월가 혼란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국제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토모아키 전략가는 또 “일본 연기금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해, 은행이나 생명보험사는 금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각각 매도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기금의 경우 미국 증시 하락이 해외 자산 비중을 무너뜨렸을 수 있고,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 국채 등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 등은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일본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앙그릭은 “일본 투자자들이 매도한 미국 국채 규모가 상당하지만 첫 2주 동안 수익률 급등을 완전히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며 “표면적인 액수는 크지만 하루 평균 1조달러어치 손바뀜이 일어나는 전체 미국 국채 시장에서 보면 (충격을 줄 만큼) 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