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현금창출력 반토막 난 호텔신라, 자산재평가 효과 무색

호텔신라, 작년 EBITDA 1271억…전년比 42% 급감
면세사업 부진으로 대규모 손실 발생…단기간 반등 어려워
자산재평가로 부채비율 낮췄지만…유입현금 감소로 빛 바래
  • 등록 2025-02-03 오후 7:09:00

    수정 2025-02-03 오후 7:09:00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호텔신라(008770)가 자산가치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큰 폭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현금창출력이 크게 줄어 그 효과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를 비롯한 재원 투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금창출력이 제한될 경우 차입금 부담이 다시금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재평가 작업으로 부채의 절대적인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닌 만큼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신라호텔 전경. (사진=호텔신라)
3일 호텔신라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71억원으로 전년 2189억원 대비 41.9% 감소했다. EBITDA를 매출로 나눈 EBITDA 마진율도 3.2%로 같은 기간 6.1% 대비 2.9%포인트(p) 하락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EBITDA 마진율은 매출 중 감가상각과 세금, 이자 차감 전 이익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호텔신라의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것은 면세사업 부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이후 국내를 찾는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면세점 수요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면서 구조적 불황에 빠진 탓이다.

실제 호텔신라의 면세부문은 지난해 3조2819억원의 매출을 내고도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조933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2023년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도 호텔신라의 면세사업이 당분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호텔신라의 현금창출력 둔화가 심화하면서 최근 진행한 자산재평가 작업의 효과가 빛이 바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 현금유입 없이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는 자산재평가 특성상 현금창출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 서울 장충동2가 202 일대와 제주도 신라호텔 부지 등의 자산을 재평가했다. 이를 통해 호텔신라의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1917억원에서 1조1289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부채비율 역시 2023년 394%에서 지난해 197%로 197%p 하락했다.

통상 현금창출력이 감소하면 이자비용을 비롯한 운영자금 부담이 커진다. 이는 추가 차입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호텔신라처럼 재평가된 자산이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등 유형자산일 경우 매각이 어렵기 때문에 자금 필요 시 차입금을 통한 조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실제 호텔신라의 투자 집행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채비율이 다시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투자금액은 별도기준 647억원으로 전년 474억원 대비 36.5%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507억원보다도 27.6% 늘어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더라도 실질적인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현금유입을 통한 자본증가가 아닌 만큼 수익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다면 재무건전성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건물 등의 자산은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재평가 이후 영업이익을 비롯한 수익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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