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과 대화를 통해 협상에 나선다면 앞으로 외환시장에서 관세는 공포가 아닌 ‘트럼프 식 협상’으로 받아들이면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은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협상 가능성에 ‘강달러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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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9.4원 내린 1453.5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51.5원) 기준으로는 2.0원 올랐다. 개장 직후 환율은 1456.0원을 터치하며 상승하는 듯 했으나, 이내 하락 폭을 확대했다. 오전 11시 30분께는 1447.8원까지 내려갔다. 오후에도 환율은 1440원대가 지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한 뒤로 중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시행됐고,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을 개시했지만 협상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다.
두 정상이 이날 결국 통화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조치한 보복관세에 대해 “괜찮다”며 “시진핑과의 통화는 서두르지 않고 적절한 때 하겠다”고 말했다.
관세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면서 달러화 강세도 누그러졌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1분 기준 107.96을 기록하고 있다. 3거래일 만에 다시 108선을 하회한 것이다.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는 강세다. 최근 7.30위안대까지 올랐던 달러·위안 환율은 7.28위안대로 내려왔다. 달러·엔 환율도 153엔대로 하락했다.
관세 안도감에 국내 증시는 상승세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00억원대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협상 전략 카드로 쓰고 있는 것 같고, 미국 고용 지표도 둔화하면서 환율이 크게 내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세 시행 철폐는 아니기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어서 환율은 1440원대에서 지지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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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에 대한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7.20위안 아래로 유지한 고시환율 레벨에 주목하고 있다. 연초보다 역외 위안화 약세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인민은행 고시환율이 7.20위안을 넘어설 경우 위안화 약세 용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 약세 정책을 쓴다면 환율도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
우려와 달리 이날 인민은행은 1달러=7.1693위안으로 지난달 27일 1달러=7.1698위안 대비 0.0005위안, 0.01% 절상했다. 절상 고시에 위안화도 추가 약세를 나타내진 않았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은 트럼프 관세 정책의 높은 불확실성이 환율 하단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면서 “정책 전개 양상에 따라 민감하게 환율이 급등하거나 상승폭을 반납하는 등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 애널리스트는 “2월 환율은 대체로 1420~1480원에서 하단이 경직된 박스권 흐름을 예상한다“며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일시적 오버슈팅(단기 급상승) 시 유의미한 상단은 빅피겨(큰 자릿수)인 15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