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신생아 특례대출’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무주택’ 가구 지원이 우선이라는 것이고, 이미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들은 더 나은 여건의 집으로 이사를 위해 이 상품을 주택 갈아타기용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 부지에 세워진 서울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모습. (사진=연합뉴스) |
|
적잖은 신혼부부의 불만은 ‘전세→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란 사다리 구조가 깨진 마당에, 유·무주택 여부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이다.
근저에는 최근 통화량 급증, 원자잿값 상승으로 급격히 오른 분양가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서울 비강남권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는 14억원까지 치솟았다. 서울 근교 역시 10억원 이상은 기본이다.
이렇다 보니 젊은 부부의 상당수는 이미 집을 소유한 채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어차피 청약은 남의 일이고, 전세를 전전하다 언제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모가 작은, 직장에서 먼 저렴한 집으로 첫발을 뗀 후,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레 교육을 포함해 더 나은 여건의 주택을 찾아 나서는 형태를 보인다.
2023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초혼 신혼부부의 주택 소유 비율은 40.8%로 전년보다 0.3%p 상승했다. 이 비율이 앞으로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신생아 특례대출의 취지와 실수요자들 간 충돌이 일어난다. 출산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상품이지만 정작 주택을 보유한 출산 가구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주택이 아니면 상품을 이용할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는 현재 살고있는 집을 매도한 후 일정 기간 임시거처에서 무주택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유주택자에게 기금까지 사용하며 너무 과한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정책은 효과 또한 중요하다. 정부는 최근 연소득 2억 5000만원 맞벌이 부부까지 신생아 대출 조건을 풀어줬다. 소득의 많고 적음보다 인구 감소 재앙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취지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