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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20년 만기 국채 입찰은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 응찰률은 2.50배로, 이는 2012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전월 응찰배율은 2.96배였다. 입찰 부진을 가늠하는 ‘테일’(평균 낙찰가와 최저 낙찰가 간 차이)은 1.14엔으로 무려 1987년 이후 38년 만의 최대폭을 기록했다.전월 입찰은 테일이 37전이었다.
이날 최고 낙찰금리는 2.54%로 1999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가격에 낙찰이 이뤄졌다. 투자자들이 대거 외면했다는 방증이다.
시장 충격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3.1%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40년물도 한때 15bp(1bp=0.01%포인트 ) 오른 3.595%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 역시 전 거래일 대비 4.5bp 오른 1.525%까지 올라 3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현재 일본은행은 분기마다 약 4000억 엔씩 장기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으며, 2026년 3월까지 매입 규모를 절반 수준까지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후의 계획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최근 일본 30년 이상 초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5월 중순 신규 발행 30년물 국채 금리는 24년만 최고치를 기록했고 40년물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왔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일본의 재정 리스크로 인해 주요 매입자가 부재하며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노린추킨 전국공제자산운용의 나가토모 료마 펀드매니저는 “재정 리스크와 공급 과잉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초장기물에는 손도 대기 어렵다”며 국채 시장 전반의 위험 신호를 경고했다.
스미토모미쓰이 트러스트자산운용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전략가는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이던 20년물까지 악영향이 번지고 있다”며, “시장 전반에 불안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의 전략가 마크 크랜필드는 “글로벌 자금이 장기물로 쏠리는 와중에도 일본의 초장기 국채는 국내 투자자들의 사실상 ‘매수 거부’ 사태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