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盧 탄핵까지 소환된 與 경선 '점입가경'…막장 공방 치달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네거티브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17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재명 지사 측은 이낙연 전 대표가 당시 노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고 나섰고, 이 전 대표는 당시 반대했다며 이에 대응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SNS 비방’에 이 지사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일 공세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스크럼까지 짜면서 강행했는데 반대? 납득 안돼”

이재명 지사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페이스북에 이낙연 지사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을 지목하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낙연 후보가 탄핵 과정엔 참여하고 탄핵 표결은 반대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며 포문을 열었다. 앞서 전날 김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할 때 탄핵에 찬성했나, 반대했나 분명한 입장이 없다”며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TV에 출연해 “반대했었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표결에 참여한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낙연 의원님은 탄핵에 찬성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탄핵 표결을 위해 본회의장에 진입했고, 탄핵 반대를 외치던 유시민·김근태·송영길을 가로막는 대열에 동참해 표결에 참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의 최고 덕목은 국민에게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이라며 “과거 자료를 보니 이 전 대표가 스크럼까지 짜면서 탄핵표결을 강행하려고 물리적 행동까지 나서서 했는데, 탄핵 처리를 반대했다고 하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러한 논란에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이름도 거론됐다. 이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아닌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새천년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찬성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당시 이낙연 후보는 다른 정당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정당 내부 사정을 저희는 자세히 모른다”며 “그때 내부 사정을 아는 분이 아마 추미애 후보일 것이다. 같이 그쪽에 계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점이 있으면 내부 경선에서 잘 걸러져야지, 그냥 본선에 나가면 작은 흠도 핵폭탄급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의원 역시 “(추 전 장관은)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도 했고, 윤석열 전 총장 징계를 해결 못해 윤 전 총장을 키워주고, 드루킹을 고발해 김경수 지사가 사퇴하게 됐다”며 “이렇게 3번 자살골을 터뜨린 해트트릭 선수라는 비판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2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지역현안 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치적 금도 넘었다…SNS 비방, 개인이 할 수 있는 일 아냐”

‘노무현 탄핵’을 두고 공세가 이어지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분명한 것은 이낙연 후보가 당시 당론과 달리 탄핵 반대 투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후보 캠프는 지지율에서 상당히 이기고 있을 때는 원팀을 강조하다가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노무현 대통령님까지 거론하면서 네거티브로 돌변했다”며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유관기관 직원이 SNS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비방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최 의원은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지난 21일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은 그분의 연봉이 8800만 원이던데 그 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확산을 유도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날 인터넷을 통해 퍼진 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 추가 녹취 파일이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퍼트린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일축했고, 이재명 지사는 “(녹취 내용과 관련해) 제가 잘못한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