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정병묵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으로 확대된 사업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철강업계 전통 라이벌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손을 잡는다. 두 그룹은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함께 지어 생산과 이익을 공유하고,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도 공동 구축해 모빌리티 시장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한때 이익을 위해 법정 다툼도 불사했던 두 그룹이 ‘공급과잉·관세폭탄’ 복합위기를 맞아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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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본부장 한석원 부사장과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사진=포스코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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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철강, 이차전지 소재 분야 등 포괄적 사업협력 위한 업무 협약식(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번 협약의 핵심은 미국 현지 제철소 공동 투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약 8조22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하는 전기로 제철소에 포스코그룹이 공동 투자키로 했다. 완공 후에는 연간 270만톤(t) 규모의 열연 및 냉연 강판 등을 생산한다. 앞서 현대차는 제철소 투자의 약 50%가량은 외부에서 조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로 포스코가 이 투자에 참여키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일부 생산 물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액이나 지분율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 10여년간 보호무역장벽으로 제한됐던 북미 철강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양사는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이차전지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차세대 소재 개발에도 힘을 합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략적 협업은 지난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후 양사가 꾸준히 논의해온 결과라고 포스코 측은 설명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이례적이면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1·2위가 위기 대응을 위해 힘을 합친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탄소저감 등 과제 수행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