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참고인 즉석 신문 허용…퀄컴 소송 영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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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규칙 개정
심의과정서 참고인 채택 즉석 가능해져
퀄컴이 주장한 '교차신문권' 일부 허용
美 한미FTA 이행 요구도 영향 미친듯
  • 등록 2018-05-15 오전 11:16:53

    수정 2018-05-15 오후 3:03:41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 과정에서 심사관(법원의 검찰격)과 피심인(피고격)이 사전에 채택되지 않은 참고인(증인격)도 즉석에서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한다.

1조원대 과징금을 물렸던 퀄컴이 그간 주장했던 ‘교차신문권’을 공정위가 수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행정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퀄컴 소송에도 영향이 미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확정하고 오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심사관과 피심인이 채택할 수 있는 참고인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참고인에 대한 심의를 보다 확대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우선 참고인을 이해관계인, 자문위원, 관계행정기관, 공공기관·단체,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개인·단체 등으로 명시했다. 심의과정에서 심사관과 피심인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참고인의 영역을 다양화하면서 교차 신문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공정위는 참고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심사관과 피심인이 사전에 채택되지 않은 참고인도 심의 도중에 즉석으로 신문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의장이 해당인, 피심인 및 심사관의 동의를 얻으면 신문이 가능하도록 한 셈이다.

이는 그간 퀄컴이 주장했던 ‘참고인 교차신문권’과 관련이 깊다. 교차신문권은 심사관과 피심인인이 직접 참고인을 불러 교차로 신문할 수 있는 권리다. 퀄컴은 공정위가 1조원 과징금을 물린 과정에서 충분한 교차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물론 공정위는 미리 통보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교차신문을 허용했지만, 즉석에서도 참고인에 대한 신문을 허용했어야 한다는 게 퀄컴의 주장이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문제도 연관돼 있다. 한미FTA 협정문 제 16장(경쟁 관련 사안)은 당사국은 피심인이 모든 증인 또는 심리에서 증언하는 그 밖의 인을 반대신문하고 판정이 근거할 수 있는 증거와 그 밖의 수집된 정보를 검토하고 , 반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가지도록 보장한다고 적시돼 있다.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중인 퀄컴은 한미FTA의 원칙을 공정위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각해 왔고, 이번 FTA개정 협상과정에서도 이행이슈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한미FTA 개정합의안에는 교차신문권 확대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한미FTA 합의를 좀더 명확하게 이행하는 차원에서 규정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FTA개정 테이블에서 한미FTA 이행차원에서 피심의인의 반론권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식 테이블에는 올리지는 않았다”면서 “이미 한미FTA합의에 일치하긴 하지만, 공정위가 좀더 명확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검토하고는 있다고 선을 그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피심인의 다양한 권리를 보장해야하는 주장이 많아 규정을 바꾼 것”이라며 “이는 한미FTA 정신에 부합한 내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퀄컴에서 주장했던 또 다른 요구사항인 ‘증거자료 접근권’은 허용하지 않았다. 증거자료 접근권은 법위반 혐의 입증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제재 대상자인 피심의인도 볼 수 있는 권리다. 퀄컴은 공정위가 갖고 있는 모든 증거서류 등의 열람·교부를 해야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증거자료 접근권은 대륙법 체계인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서 증거개시(디스커버리)제도가 없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참고인 교차신문권’을 허용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퀄컴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퀄컴 제재 과정에서 퀄컴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심의과정에서 퀄컴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한 터라 소송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퀄컴 사건은 수차례 심의가 이뤄졌고, 사전에 참고인을 채택하면 신문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했다”면서도 “당시 퀄컴은 이런 권리를 포기했던 것이지, 공정위가 충분한 신문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송에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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