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차도·인도를 불문하고 달리며 ‘도로 위 무법자’라는 악명을 얻은 전동킥보드 규제가 13일부터 강화된다. 안전 의무를 강화해 새로운 교통수단을 원활하게 이용하도록 한다는 취지이지만 여러 차례 ‘땜질식’ 처방이 이뤄진 탓에 해당 장치 탑승자는 물론 자동차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까지 아직도 위험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 1. 헬멧 의무 착용 등 전동킥보드 이용조항 위반에 대한 범칙금 부과 강화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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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은 △원동기 면허 이상 미소지자 운행 금지(범칙금 10만원) △안전모 착용 의무(범칙금 2만원) △동승자 탑승 금지(범칙금 4만원) △13세 미만 아동 운행 금지(과태료 10만원) 등 내용을 담았다.
전에 없었던 과태료와 범칙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규제가 제법 강력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대부분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운영사들은 안전모 비치에 난색을 표하고, 비치된다고 하더라도 이용자들은 위생 문제로 질색한다. 또한 원동기 면허 소지 및 동승자 탑승 여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이번에 시행되는 재개정안이 작년 12월 10일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은 작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이뤄졌다. 작년 12월 10일 △13세 이상 무면허 운전 가능 △안전모 착용 의무 없음 등의 내용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는데, 관련 인명사고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법을 다시 바꾼 것이다. 오는 13일 재개정안은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된 안과 내용이 거의 같다. ‘A안’을 시행했다가 ‘B안’으로 바뀌었다가 도로 ‘A안’으로 돌아간 셈이다. A안을 시행하던 기간 동안에도 전동킥보드 사고는 끊이지 않아 작년에만 관련 사고 사망자가 3명으로 전년(1명)보다 늘었다.
정부는 재개정안 시행에 맞춰 대대적인 안전 단속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법적 근거는 반년 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단속을 제대로 하겠다”라는 의지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13일 시행안은 사실상 작년 12월 10일 이전으로 되돌아갔고, 1년 동안 관련 규제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간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새로운 교통수단을 새로운 ‘개인용이동장치법’을 만들어 규제해야 하는데, 계속 기존 법에서 고쳐서 하려다 보니 공회전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결국 전동킥보드 이용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운전자,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