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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미국 CB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계란 1다스(12개) 가격이 8달러(약 1만1500원)를 넘어섰다. 미국선 계란 판매를 다스(12개) 단위를 사용한다. 2019년 1다스에 1.54달러(약 2200원)에 불과했던 계란 값은 작년 4.15달러(약 6000원)로 170%가량 증가하더니 현재는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매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시카고에서 계란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1다스당 거의 9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 중서부 지역에서 운영되는 슈퍼마켓 체인 서막 프레시에서 1다스당 8.99달러(약 1만3000원), 편의점 세브일레븐에서도 8.89달러(약 1만2800원) 등 수준으로 판매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네바다,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 미시간 등 10개 주에선 법적으로 소위 ‘닭장’이 아닌 복지를 고려한 ‘케이지 프리’ 계란만 판매 가능해 공급을 더욱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기농 및 방사 사육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더욱 비싸다. 이에 최근 조류인플루엔자가 집중 발생한 캘리포니아에선 1다스당 12달러(약 1만7000원) 이상에 판매되기도 한다. 이는 계란 1알당 1달러(약 1400원) 수준으로 계란 값이 ‘금값’이 된 셈이다.
이에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구매 제한을 걸고 있고, 공급 부족으로 인해 매장 진열대가 텅텅 비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 있는 에센셜 마켓의 조 트림블 사장은 “공급업체에 계란을 주문해도 충분한 물량을 받지 못한다”며 “보통 진열대가 25% 정도만 채워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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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값 상승과 구매에 피로도를 느낀 소비자들은 계란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한 마트에서 계란을 고르던 존 플로리는 AP통신에 “가격이 너무 올라서 요즘 계란을 덜 먹고 있다”며 “퀴시(프랑스 가정식 계란 파이 요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계란이 6개나 들어가서 그냥 다른 요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란 부족과 가격 상승에 자택 뒷뜰에서 닭을 직접 기르는 등 대체 방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렌트 더 치킨(Rent The Chicken)’은 소비자가 직접 닭을 키우며 주당 8~14개의 신선한 달걀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회사는 1500달러에 닭 3마리, 닭장, 먹이를 비롯해 사육 지침을 제공한다. 미국반려동물제품협회(APPA)에 따르면 뒤뜰에서 닭을 키우는 미국인은 1100만 가구에 달한다.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확산 탓이다. 2022년 1월 이후 수억 마리의 조류가 감염되면서 계란 공급이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데이비드 앤더슨 텍사스 A&M 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계란 농장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해 산란계가 대량 폐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1800만 마리, 지난 1월에는 2300만 마리가 추가로 처분되는 등 현재까지 미국서 총 1억5800만 마리 규모의 닭이 살처분됐다.
미국선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을 앞두고 계란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단기간 내 가격 하락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계란 가격이 추가로 20%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이언 어니스트 코뱅크 애널리스트는 “부활절을 앞두고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베이커리와 식품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일부는 생산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