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검찰이 이른바 ‘마약밀수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무마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증거와 함께 제기됐다. 마약 조직원의 자백을 받고도 추가 수사나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마약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전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의 법률대리인 이창민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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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전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의 법률대리인 이창민 변호사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마약 수사 무마 의혹과 함께 증거를 제시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백해룡 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을 검거하기 7개월 전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조직원 A씨를 체포해 조사하며 이들의 추가 범행 사실 자백을 받았지만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변호사가 공개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조직원 A씨는 2023년 2월 27일 약 4㎏의 마약을 허벅지와 복부에 검은색 테이프로 붙여 은닉해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에 앞서 같은 해 1월 27일과 2월 6일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약을 숨겨 인천공항과 김해공항으로 입국했다고도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에게 체포된 2월 27일 범행에 대해서만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A씨는 해당 건과 관련해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체포된 2월 27일뿐 아니라 나머지 두 건도 모두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백을 받고도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거나 하는 추가 수사를 한 정황이 전혀 없다”며 “기소도 안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변호사는 A씨의 자백이 그 외 증거로도 입증된다고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마약 밀수를 위해 입국했다고 진술한 날짜와 그의 출입국 기록도 같다”며 “공범인 부두목이 수첩에 기록해 놓은 내용과 세관 보고서에도 모두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무마, 외압 의혹까지 제기되는 사안”이라며 “향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 등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인천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관련 합동수사팀 출범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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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사건은 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일하던 백해룡 경정이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알려졌다. 백 경정은 당시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할 때 세관 직원들이 도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했다. 백 경정 수사팀은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까지 확보했으나, 관련 언론 브리핑을 준비하던 중 대통령실을 포함한 경찰 고위 간부 등이 외압을 행사해 수사가 중단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8월 세관의 사건 연루와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0일 대검찰청의 지휘를 받는 합동수사팀이 출범했다. 합동수사팀 출범과 관련해 백 경정은 지난 12일 “검찰은 세관 마약 사건을 덮은 세력이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수사의 주체가 돼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합수팀의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