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월 수출 다변화 성과…“미국과 관세 전쟁 지지 기반”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이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세안과 아프리카 등 관계 개선에 힘을 써 수출 다변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미국과 다시 통상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수출 안정성은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원동력이 된다는 관측이다.

중국 상하이 한 항구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해관총서는 9월 수출액(달러 기준)이 약 3286억달러(약 468조5000억원)로 전년동월대비 8.3%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6.0%)와 전월 증가폭(4.4%)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9월 수입액은 약 2381억달러(약 339조5000억원)로 같은기간 7.4% 늘면서 역시 시장 전망치(1.5%)와 전월 증가폭(1.3%)을 크게 웃돌았다. 중국 수입이 늘었다는 말은 현지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9월 무역 흑자는 약 905억달러(약 129조원)로 집계됐다.

중국의 수출 증가폭을 보면 미국과 관세 전쟁이 불거지기 직전 해외 사재기 수요가 몰리면서 3월 12.4%까지 급증했다.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5월 4.8%까지 낮아졌고 8월에는 4.4%로 저점을 찍었으나 9월 들어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다.

중국 수출이 증가한 이유는 수출 지역 다변화다. 미국과 충돌로 받은 충격을 다른 지역 수출 확대로 상쇄하는 모습이다.

9월 중국의 지역별 수출액을 보면 미국의 경우 343억달러로 전년동월대비 27.0% 감소했다.

하지만 아세안(537억달러), 남미(265억달러), 아프리카(224억달러)가 같은 기간 각각 15.6%, 15.2%, 56.4%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국가별로는 베트남(167억달러), 인도(118억달러)가 각각 24.5%, 14.4% 증가했다. 중국의 대(對)한국 수출도 123억달러(약 17조5000억원)로 같은 기간 7.0% 늘었다.

올해 9월까지 누적으로 보면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6.1% 증가했고 수입은 1.1% 감소했다. 지역별 수출로는 미국이 16.9% 감소한 반면 유럽연합(8.2%), 아세안(14.7%), 남미(6.9%), 아프리카(28.3%) 등이 골고루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관세 협상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투자자들이 무역 전쟁으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중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외 시장에서 구매자를 찾아 수출 성장 속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부터 대중 관세를 100%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이 수출 다변화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은 상품의 상대적 비용 이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미국은 현재 중국 직접 수출의 10% 미만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의 대중) 100% 관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 수출 압력을 가중하겠지만 영향은 이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의 해외 수출은 디플레이션 상태인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주택 가격 하락세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미국 외 시장의 수요 강세는 중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하는 관세 추가 인상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해했다.

소시에트제너럴의 미셸 람 중화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수출은 다양한 시장과 강력한 경쟁력 덕분에 미국 관세에도 불구하고 회복력을 유지했다”며 “지금까지 미국의 관세가 전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