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어 日·유럽도 국채금리 급등…안전자산 위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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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재정불안에 빠져 나가는 투자자들
국채시장 자금이탈 가속 속 비트코인 상승
  • 등록 2025-05-22 오후 4:26:23

    수정 2025-05-22 오후 6:54:55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30년 이상의 초장기 국채 금리가 일제히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고 있다. 최근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논의와 물가 불안,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장기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초장기물 중심으로 금리 상승세 ‘뚜렷’

21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1%까지 상승하며 1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년간 사실상 상단으로 여겨졌던 5%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한 수치다. 같은 날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4.595% 안팎으로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국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일본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3.1872%까지 올라 2006년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40년물 역시 장중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앞서 일본에서는 20년물 입찰이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의 수요를 보이며,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도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4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일본과 미국에 비해 그 폭은 다소 완만한 편이다.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도 3.1% 후반대로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불안정성은 초장기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 채권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량이 적어 투자자들의 심리가 민감하게 반영된다.

금리 인하 기대 약화·재정적자 확대 ‘원인’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첫번째는 인플레이션 재확산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 약화다. 미국에서는 5월 들어 4월 고용 통계 등 예상치를 웃도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오히려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를 감안해 연준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 인하는 한 번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망은 단기물에서 초장기물까지 전반적인 수익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유럽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뿌리 깊다. 21일 발표된 영국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월 동월 대비 3.5% 상승해 1년 3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란은행(BOE)은 이달 8일 금리를 인하했지만 정책위원 9명 중 2명은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두 번째는 각국의 재정불안이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안은 10년간 3조~5조달러(4141조~6902조원)의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미국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를 넘어서며 글로벌 신평가 3곳에서 모두 최고급 신용등급이 박탈당한 상황에서 대규모 감세안은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지난해 기준 236.7%로 세계 최악인 일본은 더욱 심각하다. 그동안은 ‘일본 국채=안전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꾸준한 수요가 있어 왔지만, 최근 일본 초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한 잇단 입찰 부진은 이러한 신화를 깨뜨리고 있다. 특히 그간 일본 국채의 강력한 매수세력이었던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자본규제 대응이 완료되며 주요 매수자가 부재한 상황이다.

유럽 역시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에 국방을 의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국방비 증액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이 역시 금리 상승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국채시장 자금 이탈 이어질 듯”

일제히 오르는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금융 시스템을 흔들 촉매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지적하며 “이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당히 오른 상황에서 뱅가드와 RBC블루베이 자산운용 등 해외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미국 투자자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CB 역시 이날 발표한 금융시스템안정성 보고서에서 일본 초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유럽 채권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매튜 혼바크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미국 초장기 국채에 대한 대안을 찾는 투자자라면, 일본 국채 시장에 형성되고 있는 ‘가치 함정(value trap)’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일본 국채 역시 구조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국채 가격이 일제히 하락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가격이 오르는 것은 가상자산의 대표 주자격인 비트코인 가격이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대표적인 안전자산 국채시장에 균열이 가면서 탈(脫)중앙화된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가상 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7시 반 사상 처음으로 11만달러(1억 5181만원)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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