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동 쪽방촌 주민들 "가짜 집 말고 '집다운 집'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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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공급·주민에 대한 사전 퇴거조치 중단 촉구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양동 재개발지역에 공공 개입 필요"
  • 등록 2021-04-29 오후 3:53:20

    수정 2021-04-29 오후 10:21:5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뒤 양동 쪽방촌 주민인 60대 강모씨는 언제 쫓겨날지 몰라 요즘 얼음판에 한 발을 담그고 사는 심정이다. 55년간 운영한 쪽방 건물의 집주인이 올해 집을 팔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강씨는 “집주인이 5월에 나가라, 7월에 나가라 하면서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앞날이 깜깜하다”며 “재개발을 앞두고 저 같은 쪽방 사람들을 아무 주거대책 없이 이사비용도 제대로 안 주고 그냥 쫓아내 버리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4년 전부터 양동 11지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60대 홍모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만간 재개발을 앞둔 쪽방촌에서 쫓겨난다고 하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년 말에 임대주택에 입주를 준비하던 중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서 쪽방촌에서 사는 것을 확인하러 온다고 했는데 최근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사태’가 터져서인지 감감무소식이다. 홍씨는 “부자들 부동산 대책에만 골몰하지 말고 가난한 쪽방 주민에 대한 주거 대책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동 쪽방촌 재개발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재정착 주거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이소현 기자)
서울역 인근 민간 주도 재개발을 앞둔 양동 쪽방촌 주민들이 29일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시민단체 홈리스행동과 함께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쪽방촌 주민의 재정착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계획 수립과 주민에 대한 사전 퇴거조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서울시는 외부전문가, 건물소유주와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현안사항 전문가 자문회의(2차)를 열었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가 발표한 양동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에 속한 쪽방 주민의 주거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쪽방촌 주민들은 “정작 쪽방 주민은 단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며 “쪽방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논의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2년 전 개최한 1차 회의에서 양동 재개발지역 밖에 몇 군데의 ‘고시원’을 마련하고 이주하려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당시 서울시는 사업시행자가 고시원을 마련하는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까지 주려고 했다”며 “개발을 위해 원주민을 내몰고 건물주들에게 더 큰 개발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으로 쪽방 주민의 주거권은 안중에도 없는 계획을 대책으로 논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들은 “‘집다운 집’에서 한번은 살아봤으면 좋겠다”며 “다중생활시설이니 고시원이니 하는 ‘가짜 집’을 제공하겠다는 계획 대신 양동에 최소 주거기준을 충족하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양동 재개발지역은 5대 쪽방촌 중 하나로, 지난 2월 5일 정부와 서울시 주도의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발표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달리 토지주에 의한 민간 개발로 진행된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용산구 동자동과 중구 양동은 이면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데도 양동 주민만 제외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동 쪽방촌 주민에 대한 사전 퇴거조치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승민 동자동 사랑방 활동가는 “양동은 2019년부터 재개발로 쫓겨나 주민 수가 ‘반 토막’이 났다”며 “건물주들이 용역을 시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주민들은 공포심에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도 하는데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내쫓는 것이 민간개발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1차 자문회의를 할 당시 거주하던 471명의 양동 쪽방 주민은 작년 말 기준 286명으로 40%가량 급감했다.

이들은 “부동산 이윤 추구에 가난한 쪽방 주민의 주거권이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이 아니라 서울시와 중구청 등 공공의 적극적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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