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이 경기 악화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신용카드 사용자들이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할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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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기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은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렸다. 소매 신용카드 발급사인 싱크로니는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미국 최대 지방은행인 US뱅코프는 경기 침체를 견딜 수 있는 고소득층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촉발한 무역전쟁의 여파는 아직 대형 금육사의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관세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올 1분기 카드 지출과 대출, 신규 신용카드 개설 등이 1년 전에 비해 빠르게 늘었다. 이에 주요 카드살은 1분기 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고 보고했다.
신용카드 업계는 아직까지 소비가 활발하지만 향후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에 불안해 하거나 부정적으로 보고 지갑을 닫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대비에 나선 것이다. 소비 위축 움직임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씨티그룹의 경영진은 1분기 여행과 여가 관련 소비가 1분기 둔화된 반면 생필품 등 비탄력적 소비 항목에서 지출은 늘었다고 전했다. 캐피털 원은 최소 금액만 결제하는 카드 이용자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을 넘섰다고 밝혔다.
제레미 바넘 JP모건체이스 재무책임자는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지금 당장 초점은 미래에 맞춰져 있으며 그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은행이 원하는 고객층도 바뀌고 있다. 일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부유층 고객 잡기에 나섰다. 저소득층 카드 이용자가 연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목적으로 부유층을 쫓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US뱅코프는 프리미엄 카드 상품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카드 전략을 개편하고 있으며, 마케팅도 부유층을 대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위 10%의 고소득자들이 미국 전체 소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런 전략이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은 카드 발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싱크로니는 1분기 활성 계좌는 3%, 구매량은 4% 각각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신용 점수가 낮은 위험 대출자의 대출을 줄인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