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취업준비생인 20대 박모씨는 트위터에서 차에 타고만 있어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를 봤다. 박씨가 안내받은 일은 일명 ‘마네킹’으로 운전자와 함께 렌터카를 타고 있기만 해도 한번에 30만원은 벌 수 있다고 했다. 박씨가 마네킹처럼 앉아 있는 사이 운전자가 차선 변경 차량을 노려 고의로 사고를 냈다. 손쉽게 돈이 들어오자 박 씨는 몇 번 더 마네킹 아르바이트에 가담했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는 경찰에 잡혔다. 경찰은 사고 당시 진술이 어색하고 최근 다른 사고가 몇 차례 있었던 점을 집중 추궁했다. 박씨는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으로 적발돼 취업마저 어렵게 됐다.
 | | 이미지투데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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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역대 최대…SNS 통해 사기 가담자 모집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과 적발인원이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9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17억원) 증가했다. 사기 가담으로 적발된 인원도 9만8826명으로 같은 기간 6.8% 늘었다. 2년 전만 해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981억원, 인원은 7만9179명에 불과했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적발인원 추이[출처: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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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병원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장기입원환자, 소위 ‘나이롱’ 환자는 줄어들었다. 2019년 허위나 과다 입원으로 인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975억원이었지만 2020년엔 792억원으로 18%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고의로 충돌사고를 내거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해하는 등 ‘악질성’ 고의사고 적발금은 2019년 1101억원에서 2020년 1385억원으로 25.8% 늘었다. 병원 및 정비업소의 보험금 과장청구 역시 2019년 541억원에서 2020년 878억원으로 62.3% 가량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전문 브로커들이 의료진과 결탁해 가짜 질병코드로 허위진단서를 발행해주는 조직적 보험사기도 늘어나고 있다. 입원을 하지 않고도 병원에서 입원등록을 해 준 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는 브로커와 의료진도 있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포탈사이트 카페 등 SNS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의료진들도 함께 하는 만큼 적발 가능성이 낮다면서 일당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렌터카 등을 이용해 수사망을 피해왔다.
금감원은 “브로커의 유혹으로 심각성을 모른 채 가담을 해도 일단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처벌을 받게 되는 만큼 각별히 유의를 해야 한다”면서 “허위진단이나 고의사고가 아니더라도 차 사고시 무관한 부분까지 수리하거나 통증을 과장해 보험금 청구를 하는 경우도 보험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취업준비생·학생 등 10~20대 연루도 급증 악질적 사기만 늘어난 게 아니라 생계형 소액 사기도 늘어났다. 지난해 보험사기 가담자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910만원이었지만 소액 사기(300만원 이하) 비중은 5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코로나 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수입이 줄어든 요식업 종사자들의 보험사기 가담은 2019년 1668명에서 2020년 2890명으로 무려 73.3%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일용직에서도 밀려난 무직자와 실업자들의 보험사기 가담 역시 2019년 8766명에서 2020년 1만338명으로 17.9% 증가했다. 일반 회사원들(보험업 제외)의 보험사기 가담도 2019년 1만7040명에서 2020년 1만9178명으로 12.5%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의 적발 비중이 24.9%로 가장 높았다. 60대도 20.5%를 차지했다. 취업준비생이나 학생이 보험사기에 발을 들이는 경우까지 늘어나며 10~20대 비중은 2019년 15.0%에서 2020년 16.7%으로 1.7%포인트나 상승했다.
 | |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금융감독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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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종목별로는 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91.4%로 8214억원을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입원이 줄어들면서 상해, 질병 보험상품을 이용한 사기는 2019년 4053억원에서 2020년 3916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자동차 보험사기는 같은 기간 3593억원에서 3830억원으로 6.6% 증가했다. 생명보험사기는 8.9%로 785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로 새어나간 보험금을 채우기 위해 다른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인상되는 만큼 보험사기 적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험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조사에 따르면 보험 사기로 누수된 금액은 연간 6조1513억원(2018년 기준)이며 이로 인해 연평균 1가구당 30만원, 1인당 약 12만원의 보험금을 더 내고 있다. 당국은 수사당국과 협조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마련해 보험사가 사전에 보험사기 유발요인을 통제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