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리다 신상 공개된 공무원 숨져…김포시 “고발 방침”

시 “변호사와 구체적 혐의 검토, 증거 취합”
포트홀 보수공사 관련 차량 정체되자 민원
온라인 카페에 비난글…직통번호 올라와
  • 등록 2024-03-06 오후 6:16:10

    수정 2024-03-06 오후 6:16:10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민원에 시달리던 김포시 공무원이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이 공개된 후 숨진 사건과 관련해 시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6일 김포시청 현관 전광판에 “소중한 동료 주무관님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추모 문구가 올라와 있다. (사진=김포시)
경기도 김포시는 숨진 30대 공무원 A씨의 신상 등을 공개한 온라인 카페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6일 밝혔다.

시는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또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취합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내용도 파악했다.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자택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여러 개 저장돼 있기도 했다.

A씨 소속 부서 간부는 “A씨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며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며 “A씨는 평상시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2~3일 전부터 힘들어하며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힘들어했던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자료 수집과 함께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악성 댓글 게시자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A씨를 애도하기 위해 시청 본관 앞에 추모 공간을 세우고 오는 12일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씨는 전날 오후 3시 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그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타살 정황 등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일어나자 항의성 민원을 다수 받았다.

당일 온라인 카페에서 A씨에 대한 신상 정보가 올라온 뒤로는 A씨에 대한 비난 투의 글이 잇따라 게재되기도 했다. 해당 카페에서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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