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카드업계의 해외 진출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카드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해서다. 전문가들은 카드업계가 해외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자동차금융(할부·리스)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 (사진=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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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여신금융협회가 ‘여전사 해외진출 전략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여신금융 세미나에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당국의 영세·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인하와 적용 범위 확대로 카드사들은 신용판매수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신용판매수익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카드론 등 현금성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2014년 1.69%에서 최근 1.93% 오르며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른 동남아시아 자동차금융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서 교수는 “라오스 자동차 산업 연평균 성장률이 13%에 달하는 등 자동차 금융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인도네시아는 은행 계좌 미보유자가 많아 자동차할부금융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형성했고 할부금융사 이용률이 70~75%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여전사가 사업 중심축을 소액대출업(MF·microfinance)에서 자동차금융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카드업계는 새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된 상태다. 먼저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하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삼성·신한·현대·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역시 연 14.37%를 나타냈다. 영세·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론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실물화폐 없이 결제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면 신용판매수익은 추가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카드사는 소비자가 결제한 시점보다 빨리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고 수수료를 받는데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면 바로 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단말기 설치 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는 카드업계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입지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카드업계가 자금조달 문제 등을 개선하면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태준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축적된 소비자 중심의 신용카드, 할부금융·리스대출 등을 기반으로 모기업 및 파트너사와의 연계·협력 전략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금융상품 공급 등 여신금융업권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현지 법인이 모기업 신용등급을 빌려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지급보증’을 제시했다.
한편, 올해 1분기 해외법인 순이익을 공시한 카드사의 순손익은 신한카드 73억 3700만원, 우리카드 8억 2200만원, 하나카드 3700만원, KB국민카드 -12억 6700만원, 롯데카드 -3억원으로 대부분 순손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