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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소설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에너지부에 전한다. 드릴, 베이비, 드릴. 지금 당장!”이라고 주문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은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 확대를 의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 슬로건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기습 공격에 대한 후폭풍으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그는 트루스소셜에 “모두, 석유 가격을 낮추라. 내가 지켜보고 있다”며 압박성 게시글을 올린데 이어 셰일업계도 증산을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 본토 공격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다시 반등할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미국 셰일 업계는 추가 증산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최근 몇 달간 원유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탄 데다, 낮은 기름 값이 유지되며 수지타잔을 맞추기도 어려워진 탓이다.
낮은 유가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셰일오일 기업에는 더 큰 걸림돌이다.
미 서부 텍사스의 석유업자인 브라이언 셰필드는 “퍼미안 분지의 대형 기업들이 지난해 가을 올해 시추 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 4월 미국 유가가 6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계획을 수정했다”면서 잦은 계획 변경이 투자자 신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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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도 셰일오일 생산을 억제하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지난 4일부터 관세율을 50%로 올렸다.
다이아몬드백 측은 “관세로 인해 시추관 비용이 1분기에만 1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셰일업계는 장기적인 고유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산에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퍼미안 분지에서 대부분의 유정은 대형 기업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시추를 늘린다 해도 미국 전체 산유량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