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 사장이 4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25.9원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 사장이 직접 나서 구체적인 전기요금 인상 폭을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전 62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 수장답게 선명한 메시지로 국민과 당정을 설득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 사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모처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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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한전의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kWh당 51.6원(기준연료비 45.3원·기후환경요금 1.3원·연료비 조정단가 5.0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1분기와 2분기 인상분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연내 미인상분인 kWh당 30.5원(기준연료비 25.9원)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세종시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결단이 필요하다” 등 비장한 단어를 써가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전 연료비가 폭등하며 지난 2년 반 동안 47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순부채는 6월 말 기준 201조원으로 국가 연간 예산의 30% 수준으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난 8월부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해 실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는 위기다.
한전과 산업부는 전기요금 조정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한전 내부의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안은 한전의 추가 자구책 발표 이후가 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한전의 자구계획은 현재 계속 검토 중”이라며 “2~3주 안으로 발표할 생각이다“고 부연했다. 추가 자구책 규모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부연했다. 앞서 한전은 2026년까지 그룹사 합계 25조7000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발표하고, 8월말 기준 자산매각·사업조정·비용절감 등 9조4000억원대 재무개선을 이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미인상분을 4분기에 모두 올리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봤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동절기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제시한 올해 총 인상 폭(kWh당 51.6원)만큼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국민 부담 가중을 고려해 올해와 내년에 걸쳐 나눠 인상하는 방안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여전하다. 당장 주무부처인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에 미온적 입장인 데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정치권 개입 등을 뚫어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들어 총 5차례에 걸쳐 kWh당 40.4원(39.6%)의 전기요금 인상이 단행된 것도 부담이다. 4선 베테랑 정치인 출신인 김 사장의 정치적 수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