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2000년 9월 전북 군산시 대명동 화재 참사로 젊은 여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장에는 쇠창살이 있는 방에서 매를 맞으며 성매매를 강요당했던 여성들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이후 정부와 국회의 노력으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져 200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도 사회에 만연된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성매매 방지 종합대책’을 세우는 등 성매매 근절에 팔을 걷어붙였다. 법 시행 후 20년이 흘렀지만, 현재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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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일명 ‘사창가’, ‘집장촌’으로 불리던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은 전국 69개 지역에 달하던 것이 재개발 등으로 현재 12개 지역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안마방’, ‘오피스텔’ 등 상가와 주택가로 숨어들며 성매매가 더 일상화된 상태다. 여기에 온라인성매매도 꾸준히 확산하고 있어 성매매산업 규모나 종사자 수에 대한 현황파악 자체가 여의치 않다.
여가부의 2010년 성매매 실태조사(성매매 종사 여성수 14만명)가 가장 최근 자료지만 여기에는 인터넷 성매매와 변종 성매매 등의 숫자는 포함되지 않아 더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는 2020년 3402건, 2021년 3147건, 2022년 3680건이 적발됐고 검거된 성 판매자 및 구매자는 9019명, 7134명, 7501명이나 됐다. 적발된 것만 이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성을 매매하고 있는 것이다.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꾀임이나 협박으로 선불금을 받고 성매매를 하거나 인신매매를 당해 성매매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성매매에 종사하게 된 과정에서 지게 된 빚인 선불금도 어떤 계약이든 이유 불문하고 모두 무효로 처리된다.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이들은 포주의 덫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 산업의 구조적 확장을 막고 사회적 편견, 경제적 사정 등으로 사회복귀에 실패한 이들의 탈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성매매 단속과정이나 여성긴급전화(1366) 등에서 확인된 피해자들은 탈성매매 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을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움으로써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갈 곳을 잃은 성매매 피해자를 돕는 곳은 일반지원시설(숙식제공)이 23개(성인 대상), 청소년지원시설이 13개다. 숙식 없이 기관만 이용하는 이용시설은 상담소 28개, 자활지원센터 13개, 대안교육위탁기관이 2개소다.
| 자활지원센터 이용자가 만든 자수.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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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지원시설의 경우 1년 원칙에 추가로 1년 6개월을 연장할 수 있어 총 2년 6개월간 머물 수 있다. 청소년지원시설은 19세까지로 최대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정원이 3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자활지원센터에서는 미싱, 염색, 공예, 손뜨개, 네일아트, 자수 등을 가르쳐 준다. 외부교육으로는 요양보호사, 바리스타, 간호조무사, 한식조리사, 웹툰디자이너 과정도 마련했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이 관심사를 프로그램에 반영하다보니 서울 경기 수도권 시설의 경우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기관은 2023년에만 상담지원 9만 5000건, 의료지원 1만 5000건, 법률 지원 1만 5000건, 직업+진학교육 1만 8000건 등 총 14만 5521건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23년에만 1563명이 취업, 34명이 창업에 성공했다. 고교 및 대학 진학도 317명이나 된다. 최근 5년간 취업자만 1만 325명에 이른다.
눈에 띄는 성과임에도 관련 예산이 점차 줄며 지원시설도 줄어든 상태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08년 43개였던 지원시설은 지난해 기준 39개소로 4개소 줄었다. 그나마 올해 자활센터에만 들어가는 예산은 인건비와 운영비 포함해서 40억원에 불과하다. 사회적 관심이 줄며 이들에 대한 지원도 줄고 있는 것이다.
김기남 여가부 기획조정실장은 “시대가 변하면서 성매매범죄 양상도 바뀌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