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감세·규제철폐 `당근`…트럼프, 美 재계에 러브콜

조찬간담회…"세금 확 낮추고 규제 75% 풀겠다"
  • 등록 2017-01-24 오후 4:39:29

    수정 2017-01-24 오후 4:39: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업인들과 조찬 모임을 가졌다. 로이터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김형욱 기자] 당선 직후부터 미국내 일자리를 만들라며 기업을 채찍질했던 트럼프가 이번엔 법인세 감세와 대대적 규제 철폐라는 당근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같은 날 12개국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폐기 결정을 내리는 등 무역장벽도 구체화하고 있어 기업 경영 환경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법인세·규제 과감히 줄일 것”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10여명의 기업 대표들과 조찬을 갖고 “중산층과 함께 기업에도 과감하게 세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법인세율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우 과감하게(that‘s massively)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앞서 현재 최고 35%인 미국의 법인세율을 15%로 일괄적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낮은 법인세 덕에 많은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유치한 아일랜드의 법인세율(12.5%)보다는 높지만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세율(24.85%)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규제의 문제점은 기업들이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각종 규제를 75%, 어쩌면 그 이상 줄일 수 있다”고 공언했다. 감세와 규제 철폐의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여기(미국)에서 우리의 물건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여기서 생산하기 시작하면, 여기서 물건을 만드는 게 정말 기업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거대한 물결(wave)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이달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북미국제오토쇼’을 찾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 바이든(오른쪽) 부통령과 이야기하고 있다. AFP


트럼프는 하루 뒤 24일에도 불편한 관계를 맺어 온 미국 자동차 3사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에서 조찬을 갖는다. 트럼프는 당선 이전부터 미국 자동차 회사가 공장을 멕시코 등 해외로 옮기는 데 대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압박에 못 이긴 포드는 결국 이달초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멕시코 공장 신설 투자계획을 취소하고 기존 미국 미시건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GM과 포드 역시 미국 내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조찬은 그러나 표면상으로나마 화기애애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메리 바라 GM CEO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자문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마크 필즈 포드 CEO도 하루 전 “트럼프가 미 경제 발전을 위해 정책과 세금, 규제, 무역에 대해 신중히 결정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FCA는 기대감도 내비치고 있다. 최근 미 환경보호국(EPA)로부터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을 지적받았으나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전통적인 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FCA가 2년 전 폭스바겐 때와 달리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美 고용회복 실제 효과는 미지수

트럼프가 기업을 대상으로 채찍과 당근을 연이어 꺼내드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실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 기업이 85조원에 달하는 미국 내 투자와 고용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실효가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업들이 장밋빛 투자 계획을 내놓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없다. 중국 인터넷 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연말 트럼프를 만나 5년 동안 10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미국 상거래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않는 한 대부분 간접 고용이다. 성과가 있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24일 미국 자동차 빅3의 백악관 오찬에 대해 “트럼프가 미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트럼프의 약(弱)달러 정책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달러 약세를 꾀하는 목적은 수출을 부양하자는 것이지만 전례상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70년대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존 코널리 재무장관도 약달러를 유도했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리며 그 결과는 오일쇼크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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