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평소 우울증 등을 앓으며 폭력적 성향을 보이다 가장 늦게 하교하던 초등생을 붙잡아 살해한 사건과 같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범죄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점을 들어 ‘무차별 범죄’로 명칭을 바꾸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전조 증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참가자들이 ‘이상동기범죄 근본대책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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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한 ‘이상동기범죄 근본대책에 관한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백 의원을 비롯해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경 서원대 교수와 2023년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유족 등이 자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용어 대신 ‘무차별 범죄’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동기 범죄는 경찰이 지난 2022년 명명한 것으로, 과거 묻지마 범죄 등으로 불리던 사건들이 이상동기 범죄라는 이름 아래 통계로 기록되고 있다. 다만 뚜렷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무차별적인 공격이라는 특성을 가린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비합리적인 동기가 매우 많고, 이 범죄만 이상동기 범죄라고 배타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며 “불특정인들을 향한 무차별 공격이라는 특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현역 칼부림 피해자의 모친인 김모씨도 “이상동기 범죄라는 그 말 자체도 너무 품위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동기를 파악하는 대신 범죄를 예방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호소했다.
대책으로는 폭력적인 행동 등 전조 증상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앞서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 명재완은 사건 발생 전 동료 교사의 목을 조르거나, PC를 손댈 수도 없을 정도로 망가뜨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폭력적 징후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점에서 예방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범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의 공격 징후를 가능한 빨리 탐지해야 하고, (대전 사건에서는) 공격성이 행동화하지 않도록 억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입원 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범죄가 발생한 추이는 2015년 7016명에서 2022년 9929명으로 7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정신장애인 재범자 비율도 2014년 64.7%에서 2020년 67.8%로 올랐다.
차승민 전 국립법무병원 감정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2017년 5월 30일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고 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졌다”며 “이로 인해 중증정신질환의 입원치료가 어려워지고 결국 범죄로 이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법무병원 피치료 감호자의 3년 내 재입원율을 분석한 결과 재입원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정신장애의 치료 및 재활을 초기부터 지원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