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오픈AI가 지난 21일 한국에 출시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는 한국어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생수를 구매해 달라고 했더니 쇼핑몰에서 ‘삶수’로 검색해 미션 수행에 실패했다.
 | 오퍼레이터에서 쿠팡 웹사이트 접근이 어려워 다른 쇼핑몰에 생수구매를 요청하자 ‘삶수’를 검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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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오퍼레이터가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자가 사용해보니 한국어를 잘못 적는 실수 이외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쿠팡에서 주문을 해달라고 하니 쿠팡 접속 자체를 수행하지 못했다. 쿠팡은 데이터 유출 우려로 오픈AI에 대해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오퍼레이터가 접근할 수 없게 막아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쿠팡은 AI 기능 도입을 위한 데이터 처리 내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10조원을 투자하고 2000여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업계는 아마존이 지난해 AI 쇼핑 에이전트 루퍼스를 출시한 것처럼 쿠팡도 직접 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중일 것으로 관측했다.
 | 오퍼레이터 메인화면에 카카오톡 선물하기 아이콘이 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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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퍼레이터에 기능 지원 소식을 알린 야놀자와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메인화면에 위치해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두 회사 외에 다른 쇼핑몰들도 자유로운 이용을 할 수 있었다. 네이버 쇼핑에서 생수 구매, 취소 처리까지 모두 가능했다. 다만 로그인을 다시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직접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게 현재도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오퍼레이터를 통해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 오퍼레이터가 결제를 위해 네이버페이 비밀번호 입력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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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SK 경영경제연구소 부사장은 “이미 쇼핑 습관이 잡혀있는 곳에 오퍼레이터를 이용해 주문하기는 쉽지 않다. 오퍼레이터 같은 기능을 쿠팡에서 구현해 버릴 수도 있다”면서 “오퍼레이터가 통합해서 잘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버티컬 지배력이 커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쇼핑보다는 진정한 에이전트로서의 기능 수행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역시 초기 단계였다. 업무 협업 툴인 ‘슬랙’에 들어가서 공지를 올려달라고 오퍼레이터에 요청하자 불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오퍼레이터가 현재 쓰고 있는 업무 도구들과 호환이 잘돼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슬랙을 들어가서 사람이 하는 것처럼 AI가 돌아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게 돼야 하는데 그런 기술적 허용이 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오퍼레이터는 ‘슬랙’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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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업들과 킬러앱들은 오퍼레이터에 사용을 쉽게 열어주지 않을 것이지만, 오퍼레이터를 글로벌 진출 등에 오히려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나올 수 있어 시장이 양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에이전트가 사이트를 넘나들면서 검색을 하고 쇼핑을 하기 때문에 기존 광고 생태계도 파괴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에이전트는 쇼핑 광고시장 외에도 검색광고 전반에 영향을 준다. 광고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기반으로 수수료를 책정했는데 이런 기존 규칙이 모두 없어지는 것”이라며 “슬랙 같은 기업의 경우 AI가 해당 서비스를 헤집고 다니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오퍼레이터에 열어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오퍼레이터는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과 연대해 확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업은 스타트업과 레거시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AI 대응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