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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문형배(18기)·이미선(26기) 재판관 퇴임 이후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대통령실의 깊은 고심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직후 한덕수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이완규(23기)·함상훈(21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며 인선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후 3명의 후보군(오영준·이승엽·위광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지만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헌법재판관 공석 장기화로 인한 헌재 사건 처리 지연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숙고’가 길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이승엽 변호사에 대한 여론 부담이 꼽힌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대장동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앞서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사 변호사’라며 이완규 후보자를 비판했던 것과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어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오광수 전 민정수석이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인사 문제에 극도로 신중해진 대통령실이 핵심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자리에 대통령 변호인 출신을 임명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원회 등 곳곳에 이 대통령 변호인단이 포진해 있는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의 변호인 출신을 참모로 기용하는 것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며 “특별검사의 경우 추천 당일 대통령실이 지명했던 것과 비교할 때 헌법재판관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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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20기) 변호사는 지난해 헌법재판관, 대법관 후보자로 천거돼 심사를 받은 바 있다. 심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 사법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엘리트 법관 출신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을 지낸 김진욱(21기) 변호사는 헌재에서 11년간 헌법연구관 등으로 재직했으며 탄핵심판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쓰는 등 장기간 헌법 연구에 매진해 온 헌법 전문가다.
공수처 차장 출신 여운국(23기) 변호사는 전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고법판사를 지냈다. 판사 재직 시절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2년간 파견 근무했다.
김국현(24기) 서울행정법원장은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2차례 지내고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는 등 헌법과 행정법 등의 공법 분야 이론과 판례에 정통하다.
부장판사 출신 장순욱(25기)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단에서 활약하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3년간 파견 근무한 바 있다.
법무부 감찰관을 지낸 검찰 출신 류혁(26기) 변호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소집된 법무부 대책회의에서 반헌법적인 계엄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가 두 달을 넘기면서 헌법재판 기능의 완전한 복원이 늦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측근 기용’이라는 비판 여론을 넘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헌법재판관 인선은 국정 현안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