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싸질까...정유사 가격 묶어도 주유소는 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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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0시부터 석유가격 제품 상한 설정
주유소 가격은 자율 결정해 시차 불가피
비싼 재고 평가·유통 마진 등 변수로 작용
“주유소 공급 순차적으로...지역별 차등화”
  • 등록 2026-03-13 오전 11:08:45

    수정 2026-03-13 오전 11:50:07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빼들었지만 실제 소비자 판매가격에 반영되기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정유사 도매가격에 한정되는 만큼 이후 유통 단계를 거쳐 주유소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다 기존 비싼 재고가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13일 0시부터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 가격을 리터(ℓ)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을 상한선으로 설정했다. 이번 조치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의 첫 석유가격 직접 통제 방안이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로 시장 왜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유사가 국제 유가 급등 상황에서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해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해 해외 수출을 늘리고 국내 공급을 줄이는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가 석유제품 수출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 국내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감안하면 석유제품 국내 수급 문제는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정유사가 국제유가 상승분을 실제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보전 규모나 방식,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아 정유사들의 충격 여파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13일 인천 중구 한 주유소에 가격 안내판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제는 정유사들에 대한 가격 통제가 주유소 가격에도 즉각 반영될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전국 주유소 약 1만여개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최종 판매가격을 직접 결정하는데 아직 변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석유 유통 구조상 정유사에서 출하된 석유제품은 대리점과 주유소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이 붙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유소가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가격을 조정하면 가격 인하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의 경우 정부가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준다고 했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내릴 수 있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은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비싼 재고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정유사 공급가격이 내려가더라도 기존에 확보한 고가 재고를 먼저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가격 반영까지는 통상 1~2주가량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에 높은 가격에 확보한 재고를 보유한 주유소가 많을 경우엔 가격 상한이 설정되더라도 이를 바로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마진 구조 역시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주유소 평균 판매 마진은 ℓ당 70~100원 수준으로, 공급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주유소가 이를 흡수할 경우 소비자 가격 인하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주유소 가격은 지역별 경쟁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가격 조정 속도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가격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주유소들의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는데 정유사가 물량 주문이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면 개인 주유소나 일부 지역은 뒤늦게 물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지역 경쟁 구조인 주유소 시장의 경우 가격인하 효과가 대형주유소 인하 시점을 시작으로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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