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공정인 2나노(nm·1나노=10억분의 1m)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텐스토렌트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텐스토렌트는 ‘칩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기업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테슬라를 비롯해 2나노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공급 계약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11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3’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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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켈러 CEO는 최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출시할 2나노 AI 칩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텐스토렌트는 삼성전자 외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일본 라피더스와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피더스는 토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2022년 설립한 회사다.
켈러 CEO는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적인 엔지니어다. 인텔에서 수석부사장을, AMD에서 부사장과 수석설계자를 각각 역임했다. 그는 애플 아이폰에 탑재된 ‘A칩’, AMD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담당했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작업 역시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 제품을 통해 텐스토렌트의 공급망 리스트에 오를 경우 파운드리 사업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공정 관련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삼성전자의 2나노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은 최근 본격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국내 AI 팹리스 기업 딥엑스,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암브렐라, 일본 AI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PFN) 등의 2나노 칩 주문을 확보했다. 테슬라와는 지난 7월 22조~23조원 규모의 차세대 자율주행칩 계약을 맺으며 빅테크 수주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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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퀄컴에 2나노 AP 샘플도 공급하면서 퀄컴을 다시 고객사로 데려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퀄컴은 과거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겼지만, 수율과 발열 문제가 불거지면서 TSMC에 물량을 모두 맡겨 왔다. 그러다 내년 출시 예정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샘플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텐스토렌트로부터 2나노 추가 수주를 따내면 고객사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부터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 반등하는 기류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2조원 안팎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3분기에는 1조원대로 대폭 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TSMC의 독주와 인텔의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TSMC는 삼성전자와 함께 올해 말 2나노 양산을 시작해 내년 중반부터 출하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애플, AMD 등은 이미 TSMC에 2나노 물량을 맡겼다. TSMC의 내년 생산 물량은 이미 품절된 것으로 전해진다.
켈러 CEO는 인텔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협력 가능성은 열어뒀다. 인텔은 지난 11일 18A 공정 기반 첫 제품인 ‘팬서 레이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업계에서 처음 양산을 발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피더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수율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라피더스 협력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