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지난 9일 뉴욕에서 열린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남우주연상·무대 디자인상 등 6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한국 뮤지컬 역사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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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윌 애런슨)과 휴(박천휴)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창작 작업에 온전히 몰두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성대로 작품을 써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지원 사업의 지향점이었어요.”
우란문화재단 프로듀서(2012~2022) 출신인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13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기획 개발 작업을 회고하며 이 같이 밝혔다.
당시 우란문화재단은 별도의 공모 과정 없이 윌 애런슨과 박천휴를 지원 대상 창작자로 선택했다. 김 본부장은 “윌과 휴가 각각 작곡가와 작사가로 참여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초연(2012) 관람이 두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해당 지원 프로그램의 특징은 미국의 민간 비영리 단체들이 창작자들을 돕는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작품이 아닌 창작자를 지원했다는 점이었다”면서 “그 당시엔 국내에서 거의 유일했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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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 개발도 처음부터 함께 이뤄졌으며, 2016년 6월과 10월 각각 뉴욕에서 리딩 공연과 송라이터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를 통해 현지 유명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드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하면서 브로드웨이 입성 길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프리뷰 공연으로 첫발을 뗀 브로드웨이 공연은 개막 초반 어려움을 겪었으나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작 반열에 올랐다.
김 본부장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작품이라 브로드웨이 시장에서도 통한 것 같다.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재즈 편곡을 가미하는 등 넘버 구성을 다듬어 현지화한 것도 성공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라이브러리컴퍼니가 제작을 맡아 지난해 12월 초연한 ‘고스트 베이커리’를 통해 ‘윌휴’ 콤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스트 베이커리’는 제과점에서 해고당한 뒤 허름한 빵집을 연 주인공 순희가 그곳의 옛 주인이었던 유령과 불편한 동업을 이어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로맨틱 판타지 코미디물이다.
그는 “‘고스트 베이커리’ 또한 영어판 대본이 존재한다. 앞으로 공연을 잘 다듬어나가면서 영어 버전 공연까지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이 한국 뮤지컬의 무대 확장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