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호남을 찾았다. 여권 심장부 광주를 찾아 지역 숙원 사업인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을 논의한 데 이어, 대선 후보 시절 다시 찾겠다고 약속한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과 의료진을 위로했다. 대통령실은 “소통 행보 차원”이라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챙기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 전남도민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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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25일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제회의장에서 ‘호남의 마음을 듣는다’를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 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민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호남은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면서 “광주는 12월 3일 시작됐던 빛의 혁명의 어머니 같은 존재 아닌가”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호남에서부터 진정한 민주주의, 국민 주권을 어떻게 실현해 갈 수 있을지 모범적으로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인 만큼,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면서 존재를 서로 인정해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며 “공존의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방향을 한번 같이 모색해 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실 산하에 6자(전남도·광주시·무안군·기재부·국토부·국방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등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경청한 후 “정부에서 주관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인 김혜경 여사와 전남 고흥군의 국립 소록도병원을 방문했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소록도를 찾은 이 대통령은 병원 관계자와 한센인 원생 자치회 인사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직접 위로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센병 환우들의 손을 직접 잡고 “사회적인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의료인들을 만나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일정은 앞서 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새롭게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이 대통령의 호남행을 놓고 소통 행보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일정과 관련해 “다양한 지역 민원을 경청하는 소통 행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호남 일정이 단순한 민생 소통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행보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울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출범식 참석, 부산 해양수산부 이전 지시 등 영남권 중심의 현장 방문 및 정책 드라이브를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이번 호남 방문은 정치적 균형 조정을 위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모두 8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번 타운홀 미팅을 통해 핵심 지지층과의 접점을 재확인하고, 향후 국정 추진 동력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수시로 소통 강화를 주문해 온 것도 이날 행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현안을 직접 지역민의 입을 통해 듣겠다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한센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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