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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 1호 삼부토건, 8년 만에 또 법정관리
삼부토건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은 “경영 정상화 및 계속 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위해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2017년 법정관리 종료 후 8년 만에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돼 1965년 국내 토목건축공사업 면허 1호 취득기업으로 77년째 토목, 건축, 주택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장수 기업이다. 작년엔 시공평가능력 71위로 주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통해 정부나 지자체의 토목공사 등을 실시해왔다. 주택 건설 사업은 ‘르네상스’라는 아파트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관련 영향은 제한될 전망이다.
삼부토건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403.0%에서 작년 9월 말 838.5%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다. 유동성 상황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95.1%로 100%를 하회했다. 단기부채가 단기 자산보다 많아 기업이 보유한 단기자산만으로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를 모두 갚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삼부토건은 2022년 재무제표와 관련해 외부감사인의 의견불일치를 받았고, 작년 감사보고서가 늦어져 사업보고서 제출 자체가 지연되는 등 외부 감사와 관련된 악재도 있었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8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DST컨소시엄이 삼부토건을 인수하는 등 회생계획안을 진행, 2017년 1월 법정관리가 종료됐다. 그러나 그 뒤로 최대주주만 네 차례 변경될 정도로 지배구조가 불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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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출 감소에 현금 마른다’ 중견 건설사 부실로 확대
작년에도 건설사 부도가 29건 발생했을 정도로 건설업황 악화에 따라 부도 건설사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지역 기반 건설사가 많았다. 경남 2위 대저건설, 부산 7위 신태양 건설 등이 법정관리로 갔고, 전북 4위 제일건설 등은 부도가 났다. 그러나 올해는 전국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등을 가면서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부도가 난 건설사는 3곳인데 서울에서만 2곳 나왔다.
작년 시공평가능력 100위권 건설사 중 삼부토건처럼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고 유동비율이 100% 미만인 건설사(작년 9월말 기준)는 8개로 조사됐다. 주로 시공평가 30위권 내 건설사들이라 건설업의 재무위험이 중견건설사로 번지는 모습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후 착공 물량이 작년 상반기내 완공된 데다 2023~2024년 착공이 부진하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구간”이라며 “현금이 돌지 않는 데다 신규 매출 감소로 금융기관에서 유동성을 당기기도 어렵다. 이런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지면서 규모가 좀 되는 업체들 중에서도 버티지 못하는 곳들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