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5일째 격화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다시 4% 넘게 급등했다. 이번 분쟁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거나 중동 전역에서 글로벌시장으로 이어지는 원유 공급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 지난 2019년 이라크 바스라 남쪽 알-파우에 위치한 샤트 알-아랍 강 이라크 측에서 촬영된 이란 남서부 아바단 석유 정제소의 전경.(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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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07달러(4.28%) 상승한 배럴당 74.84달러를 기록하며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글로벌 기준유인 8월 브렌트유 인도분 역시 전장 대비 3.22달러(4.40%) 오른 76.45달러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양국의 일부 원유 생산 및 정제 시설이 타격을 입었지만, 전반적인 글로벌 에너지 공급 흐름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아 최근 며칠간 유가 상승세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하라”며 이번 사태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시장에서는 유가의 향방이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인도적 위기의 심화 여부에 달려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기록한 고점(115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중동 전역으로 충돌이 확산돼 ‘원유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너비 약 34km(21마일)로, 전 세계 원유의 2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이란은 5월 기준 하루 평균 약 34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이 중 절반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다만 도이체방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이란산 원유의 생산 차질을 일정 부분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보여 유가는 현재 수준인 75달러선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리스타드에너지는 “미국이 적극 개입해 사태 확산을 억제하고 있는 만큼, 유가는 80달러 이하로 제한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유가 안정을 중시하는 정책적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