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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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중 무역 분쟁 격화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 악재 속에서 재계 총수들의 최근 경영키워드는 ‘위기’와 ‘생존’으로 수렴한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총수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지난 19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32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직후 삼성 전 계열사 사장단과 처음으로 만나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위한 기회가 되도록 기존의 틀과 한계를 깨자”고 강조했다. 또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선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긴장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하자”,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등 위기론을 반복 강조하고 있다.
 | |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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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타운홀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2500만대 공급 과잉이고 미래엔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고 없어지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며 “그 중에 살아남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차만 잘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서비스 등 앞선 솔루션을 내놔야한다”고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9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그룹 회장을 한 20년 간 이런 종류의 지정학적 위기라는 건 처음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같은달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라며 “앞으로의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총수들의 이런 위기 의식이 자칫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불안한 성장세를 극복하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특단의 투자 진흥책이 필요한 시점”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