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넥스트 HBM’으로 불리는 CXL 시장 개화를 목전에 두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ASIC) 강자로 떠오른 미국 마벨과 호환성 테스트를 완료하는 등 차세대 메모리 시장 선점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텔과 AMD 등 빅테크 기업들도 하나둘씩 시장에 참여하면서 CXL 시장 개화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 |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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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마벨 CXL 제품인 스트럭테라(Structera)와 D램 상호 운용성 테스트를 마쳤다. 해당 테스트는 서로 다른 기업의 시스템 장치가 CXL 표준에 맞춰 문제없이 호환되고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다. 공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 진행하는 중요한 단계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 검증 단계를 완료하며 양사는 협력을 통해 고신뢰, 고성능 시스템을 구축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스트럭테라는 CXL 2.0 기술을 이용한 마벨의 제품이다. 인텔과 AMD와는 지난 4월 중앙처리장치(CPU) 상호 운용성 테스트를 마치며 대량 양산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마벨은 브로드컴과 함께 미국 반도체 시장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AI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대항마를 찾으려는 움직임 속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벨과 협력을 계기로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CXL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각 반도체 칩의 연산을 위해 딸려 있는 메모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특히 CXL 2.0은 ‘메모리 풀링’ 기술을 특징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CPU, GPU, D램이 각자 컵으로 물을 마시다가 물이 부족하다고 각자 요구하기 시작하면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데, CXL 컨트롤러를 활용하면 매우 큰 물통에서 각자 원하는 물을 알아서 가져가는 것이다. HBM이 데이터가 이동하는 길을 대폭 넓힌 기술이라면, CXL은 데이터 효율성에 집중한 기술이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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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CXL 시장 개화를 두고 내년께 본격적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내년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28년 160억달러(22조 24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CXL D램 시장 규모는 △2026년 15억달러(2조900억원) △2028년 125억달러(17조4000억원)로 전체 시장에서 각각 71.4%, 78.1%를 차지할 예정이다. CXL 시장 성장세가 본격화할 경우 메모리 기업의 수혜가 가장 크다는 의미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각각 CMM-D, CMM-DDR5라는 명칭으로 CXL D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CXL 2.0 기반 D램은 올해 상반기 모두 양산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CXL 3.0 D램을 올해 연말 개발 완료해 내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D램과 낸드를 탑재한 CXL 메모리인 CMM-H는 이르면 2027년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CXL 컨트롤러도 자체 생산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내재화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