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금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협력은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직면했다. 한국 기업들은 객관적으로 중국 시장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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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28일 오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중민간경제협력포럼에서 진행한 ‘한중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시킨 ‘관세 전쟁’ 등 혼란스러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국제적 안목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해 중국의 개혁 개방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을 주문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의 연간 무역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3280억달러(약 472조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330억 달러(약 191조원)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다이 대사는 “한국과 중국은 산업 공급망 차원에서 운명 공동체”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환경이 달라졌지만 양국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한국 기업인들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협력을 논의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양국 간 신뢰의 상징이라고 짚었다.
그는 글로벌 역풍 속에서도 5% 안팎의 성장을 이루는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왕치림 주한중국대사관 경제공사, 홍창표 코트러글로벌연구원장, 최오길 (주)인팩 회장, 지영모 (사)한중민간경제협력포럼 이사장,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황득규 삼성그룹 고문,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장재진 오리엔트그룹 회장,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 회장(사진=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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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대사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단편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쉽게 돈 벌던 시대는 지나갔고 지금 중국 기업들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고 있다”면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개방을 확대하고 높은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잃게 된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다이 대사는 한중 양국이 인공지능(AI), 녹색 경제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진전 등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간 안정적인 공급망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서로가 손잡고 경제 문제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에 대해 다이 대사는 “정상간 교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의 각계 인사들이 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양국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영모 (사)한중민간경제협력포럼 이사장(사진=포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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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주한대사로 부임한 다이 대사는 1967년생으로 안후이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1995년 중국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사장(국장)을 지냈으며 2020년 주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사로 재직했다.
이날 강연에는 지영모 한중민간경제협력포럼 이사장을 비롯해 임창렬 전 경제부총리, 장재진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최오길 (주)인팩 회장,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 황득규 삼성그룹 고문, 권태신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