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쇄신 넘은 경륜’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투쟁·협상 두마리 토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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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에 지금 필요한 사람”...쇄신론 이긴 심재철
예상 밖 ‘협상 행보’ 했으나 의원총회 반발로 ‘머쓱’
호남·민주화운동 전력…MBC 파업으로 구속되기도
  • 등록 2019-12-09 오후 7:26:51

    수정 2019-12-09 오후 7:26:51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심재철 의원(왼쪽)과 신임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김겨레 기자]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심재철 의원(5선)이 9일 당선됐다. 하지만 예상외 압승을 거둔 심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교섭단체 협의에서 약속한 예산안 처리 및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철회가 의원총회에서 추인받지 못해 재논의키로 하면서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걷는 분위기다.

“당장 필요한 사람”...쇄신론 이긴 심재철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2차 결선투표에서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강석호·김선동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심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나온 김재원 의원(3선)은 정책위의장을 맡는다. 심 원내대표는 1·2차 투표 모두 큰 위기 없이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한국당에서는 심 원내대표가 ‘쇄신’을 강조한 재선 김선동 의원, 김무성 의원을 앞세운 비박계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강석호(3선) 의원을 제친 것은 의원들이 복잡하게 얽힌 패스트트랙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경륜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심 원내대표는 이번 원내대표 출마자 중 최다선 의원이다. 또 현 예결위원장인 김 정책위의장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전략을 조언한 ‘전략통’이다.

심 원내대표도 이날 정견발표에서 이 같은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저랑 김재원 의원은 모두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 민주당과 협상경험도 많다. 김 의원은 우리당 최고의 전략가로 저와 환상의 콤비”라며 “당장 패스트트랙 싸움이 급선무다. 예산안 문제도 있다. 예행연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실제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의원들이 현재 정국에서 당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한 거다. 국회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당을 대변해서 잘 싸워줄 수 있는 사람은 제일 다선인 심재철 의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심 원내대표가 정견발표 때도 이점을 잘 강조했고 의원들이 수긍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변화와 쇄신 요구한 초재선 목소리와 경륜·안정·협상력을 원한 목소리가 충돌했는데 후자가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 원내대표의 계파색이 가장 옅다는 점도 의원들의 표심을 받은 이유로 꼽는다. 친이명박계인 심 원내대표는 비박계로 분류되긴 하나 사실상 무계파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심 원내대표 이날 “나는 계파가 없다. 따라서 제가 당선된다면 계파 논쟁은 더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지금은 계파색이 없는 사람이 돼야 당이 의사결정을 할 때 좀 더 민주적으로 할 수 있다”며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선됐던 것도 계파색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심 원내대표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심재철, 예상 밖 ‘협상 행보’…의원총회 반발로 ‘머쓱’

심 원내대표는 그간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불법 특혜 취업 의혹, 북한산 석탄 반입 의혹 등 청와대와 여권을 향한 공세의 선봉에 서 왔다. 지난해에는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의 재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고발당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친문 실세 이름 다수가 거론되고 있는 ‘우리들병원 대출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심 원내대표가 당선 후 황교안 대표와 호흡을 맞춰 강경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한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신임 원내대표단은 패스트트랙 2대 악법 저지하고 친문 3대 농단과 관련 강력한 대여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는 예상과 달리 당선 후 첫 여야교섭단체 협상에서 1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고 필리버스터도 철회하겠다고 합의해 눈길을 끌었다. 경륜이 많은 심 의원이 투쟁과 협상 중 먼저 ‘협상 카드’를 내밀었단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예산안 처리 및 필리버스터 철회를 추인받기 위해 연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강력 반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예산안이 여야 합의 처리된 후 필리버스터를 철회해야 한다는 게 강경파 의원의 주장이다. 한국당은 10일 본회의 전 다시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결정키로 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왼쪽)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 호남, 운동계·국회 부의장 출신 심재철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 내에선 보기 드문 이력을 가졌다. 광주 출신인데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95년 신한국당 부대변인으로 정치권에 투신,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내리 5선을 한 그는 한국당 내 수도권 최다선 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선 상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냈으며, 지난 2월에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가 철회했다. 이밖에 원내수석부대표, 경기도당 위원장,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광주 제일고를 졸업한 심 원내대표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운동의 선봉에 나섰다. 서울역 앞 시위대를 후퇴하도록 결정한 이른바 ‘서울역 회군’ 장본인으로도 유명하다. 심 원내대표는 그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 계엄법 위반 혐의로 5개월간 수감돼 고문을 받았다가 ‘형 면제’로 풀려났고, 1983년 12월 특별 복권됐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85년 동대문여자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심 원내대표는 1년이 채 안 돼 MBC에 기자로 입사했다. 1987년에는 MBC 노동조합을 설립해 초대 전임자를 지냈고, 1992년 방송 민주화를 요구하며 MBC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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