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상외교’ 공백이 심화한 가운데 조태열 외교장관이 이번 주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성사된다면 트럼프 2기 출범 후 양국 첫 고위급 회동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 압력이 커진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우리측 입장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쏠리고 있다.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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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외교장관 회의를 막판 조율 중이다.
뮌헨안보회의는 연례 국제안보포럼으로 이달 14~16일(현지시간) 열린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밴스 부통령과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를 맞아 가장 큰 과제는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관세전쟁’을 전면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 유입을 막기 위해 원산지 규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북 문제 역시 트럼프 2기를 맞아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잘 알고 있고 전 세계 그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북미간 대화 가능성이 불거진 만큼, 이 과정에서 한국 패싱을 차단하고 공동의 목표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한국의 정상외교 공백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과 만나는 자리라 더욱 관심이 쏠린다. 아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출범 직후에도 한국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였지만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10일 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는 1기 시절보다 ‘한국 패싱’이 더욱 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미일 정상회담까지 개최한 상태다. 이에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조 장관이 관세나 대북정책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한미 동맹을 다시 확인하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뮌헨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함께 한미일 외교장관회담도 개최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조 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 외에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함께 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3국간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NHK도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조율하고 있으며 북한 대응에 대한 협력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뮌헨안보회의에 중국 외교수장인 왕이 외교부장도 참석하지만,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별도로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FPBB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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