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두산의 미래"…인화·인재경영 앞장선 '침묵의 거인'(종합)

박용곤 두산 그룹 명예회장 타계…향년 87세
가정·직장서 상대의 말 경청하고
직원들에겐 '믿음의 경영' 보여줘
국내 기업 첫 연봉제·팀제 도입
OB맥주 매각…체질 개선 주도
글로벌 두산 기틀 닦은 '큰 어른'
  • 등록 2019-03-04 오후 3:32:21

    수정 2019-03-04 오후 8:04:40

고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생전인 2010년 10월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두산그룹).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침묵의 거인’이자 ‘큰 어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경청의 리더십과 인재를 중시한 경영으로 오늘날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

박 명예회장은 1932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해군에 자원해 입대, 참전용사로 활약했다. 군 제대 후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고인은 1960년 한국산업은행 공채 6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1963년 동양맥주 사원으로 두산그룹에 발을 들였다. “남의 밑에 가서 남의 밥을 먹어야 노고의 귀중함을 알 것이요, 장차 아랫사람의 심경을 이해할 것이다”는 선친 박두병 초대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한양식품, 두산산업 대표 등을 거쳐 1981년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박 명예회장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상대의 말을 끝까지 경청한 뒤 자신의 뜻을 짧고 간결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업적 결단의 순간 때도 고인은 실무진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어 방향을 정했던 것으로 안다. 한 번 일을 맡기면 상대방을 신뢰하고 오래도록 지켜보는 ‘믿음의 경영’을 실천했다”며 “고인에 대해 두산 직원들은 사람의 진심을 믿고, 존중하던 ‘침묵의 거인’, 주변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큰 어른’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고인은 인화와 인재를 중요시했다. 그는 생전에 “인화로 뭉쳐 개개인의 능력을 집약할 때 자기실현의 발판이 마련되고, 여기에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인재가 두산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라고 늘 강조해왔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의 간판은 두산인들”이라며 “나야 두산에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지만 두산인은 영원하다”고도 했다.

박 명예회장은 야구에 대한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때 가장 먼저 야구단(OB베어스)을 창단했고, 어린이 회원 모집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2군을 제일 먼저 창단했다. 거동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도 베어스 전지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두산그룹 회장 재임 당시 그는 ‘글로벌 두산’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대단위 팀제를 시행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을 적극 도입했다. 1994년에는 직원들에게 유럽 배낭여행 기회를 제공했고, 1996년에는 토요 격주휴무 제도를 시작했다. 또 여름휴가와 별도의 리프레시 휴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앞서 동양맥주에 재직중이던 1964년에는 국내 기업에서 생소하던 참모 조직을 신설해 회사 전반에 걸친 전략 수립, 예산 편성, 조사 업무 등을 수행하며 현대적 경영체계를 세웠다.

그는 부단히 혁신을 시도한 리더이기도 했다. 창업 100주년을 한 해 앞둔 1995년의 혁신이 대표적이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주력이던 식음료 비중을 낮추면서 유사업종을 통폐합하는 조치를 단행, 33개에 이르던 계열사 수를 20개 사로 재편했다. 이어 당시 두산의 대표사업이었던 OB맥주 매각을 추진하는 등 획기적인 체질 개선작업을 주도해 나갔다.

이 같은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두산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미국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소비재 기업을 넘어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원(두산그룹 회장), 지원(두산중공업 회장), 딸 혜원(두산매거진 부회장) 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이며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동 선영이다.

고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1968년 6월 한양식품 독산동 공장에서 국내에서 첫 생산되는 코카콜라 제품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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