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2작전사령부 예하 모 사단 행정관은 신임 소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독신자 숙소를 정비했다. 그러나 신임 소위가 부임하지 않아 여전히 빈 숙소로 두고 있다.
올해 2월 말 임관식에 참석하지 않고 각 병과학교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 교육훈련에 입교하지 않은 육군 학군장교(ROTC)가 1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임관종합평가까지 완료 후 병과 분류와 자대 배치까지 받은 인원들이다. 임관유예자는 80여 명, 유급자는 4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총 2570여 명의 ROTC 장교가 소위 계급장을 달아야 했지만, 2450명만 임관해 약 4.7% 인원이 이탈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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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전부터 ROTC 등 초급간부 지원율 저조가 국방 현안이 됐다. 실제 학군단 합격 인원들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학군단들은 심사 기준을 낮춰 인원 채우기에 골몰했던 게 사실이다. 군 당국이 앞서 병역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병역판정검사의 현역입영률을 90%까지 높인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지난 5월 말 전반기 학군사관후보생 모집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6259명) 1.9배 증가한 1만 2070명이 지원했고, 지원비 역시 1.7:1에서 3.5:1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중 육군은 2875명 모집에 1만 1194명이 지원해 3.9:1의 가장 높은 지원비를 보였는데, 2024년 최종 지원비 2.3:1 보다 높은 지원비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장려금과 학군생활지원금 인상, 지원서 접수절차 간소화, 외국연수 확대 등 다양한 제도 개선과 체계적인 모집홍보의 성과라고 국방부는 평가했다. 훌륭한 자원의 군 입대보다 지원율 ‘상향곡선’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임관 유예 인원 중에는 장교보다는 병사로 군 생활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해 아예 임관을 포기한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학군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병으로 복무 시 장교와 급여 차이도 얼마 안 나고 의무복무기간도 10개월이나 적은 데다 간부로서의 책임감이나 업무 강도도 훨씬 덜하기 때문에 임관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