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이는 AI 발전의 궁극적인 지향점, 다시 말해 ‘끝판왕’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기업들이 힘을 주고 있는 분야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피지컬 AI’(물리적 AI)가 곧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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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LG이노텍은 최근 로봇용 부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양사의 첫 협력 사례다.
두 회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함께 개발한다. LG이노텍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차세대 모델에 탑재할 ‘비전 센싱 모듈’을,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비전 센싱 모듈에서 인식된 시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각각 개발하는 식이다.
LG이노텍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LG이노텍의 센싱 부품은 스마트폰 등을 넘어 자율주행 분야까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는 비전 센싱 시스템과 같이 다양한 센싱 부품의 장점을 결합한 자율주행용 센싱 솔루션인 ‘센서팟(Sensor Pod)’을 선보였다. 이번 로봇용 센싱 분야 협업은 이같은 사업 경험이 바탕이 됐다. 두 회사는 광학 외에 다양한 LG이노텍의 원천기술을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에 적용하는 방안을 더 모색할 계획이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CEO는 “로봇도 인간처럼 세상을 보고,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로봇 눈 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기쁘다”고 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로봇용 부품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부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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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재까지 쓰면서 2021년 당시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을 생산 라인에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르면 올해 연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하는 ‘올 뉴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시범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미래로 AI, 헬스케어 등과 함께 로봇을 점찍었다. 특히 LG이노텍은 문혁수 대표 취임 이후 스마트폰, 가전 위주의 사업 구조를 로봇, 자율주행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규어 AI’에 850만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카이스트와 로봇 등 미래 신사업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또 다른 전자부품업계 인사는 “이번 협업은 LG 광학 기술력을 로봇까지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했다.
추후 두 그룹의 협업 사례가 더 많아질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두 그룹은 이미 전장을 중심으로 협업해 왔다. 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현대차 차량에 탑재한 게 좋은 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차 차량에 공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합작회사 HLI그린파워는 인도네시아에 설립해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