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추진했던 해당 법안 중 일부분이다. 민주당이 애초 당론으로 정한 상법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외에도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도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상법개정안 전부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재계에서는 나머지 안건에 대해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이사회 내 분리 선출 감사위원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또는 전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대주주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감사위원을 더 늘려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기업 대주주의 영향력이 줄고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 외부 투기자본 감사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했지만, 실제 상정·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재계와 여당의 반발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친기업 성장론’을 띄우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또다시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 합리적’이라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자본시장법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것을 감안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원래는 상법보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정확하고 맞지만, (여당이 위원장인) 정무위 소관이라 될 리가 없다”며 “공개 등록된 상장 회사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여당에 키를 넘기면 법 개정도 안 하고 논의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99.9%”라고 말한 바 있다.